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폐허가 된 마을에서 재난을 일으키는 문을 열고 있다. 미디어캐슬 제공
이토록 아름다운 위로와 격려가 있을까.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8일 개봉했다. ‘너의 이름은’(2016년) ‘날씨의 아이’(2019년)에 이어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3부작 마지막 시리즈다.
영화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여고생 스즈메가 대학생 소타와 함께 일본 전역에서 마구잡이로 열리는 문들을 닫아 나가는 이야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는 감독 특유의 연출기법이 돋보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8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미디어캐슬 제공
또 하나는 다리 하나가 빠진 어린이용 의자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인 소타는 의자로 모습이 변해버린다. 그는 기우뚱거리면서도 재해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내일을 살고 싶어 한다. 신카이 감독은 “재해로 마음속에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이라도 의자처럼 잘 달리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의자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영화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비극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만 하면 관객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괴로울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 장소에 있기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귀여운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의자라는 소재를 골랐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자신의 실수로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는 개봉 첫날 관객 14만3000여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신카이 감독은 “일상이 단절됐을 때 사람이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꿋꿋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한국 관객들도 즐겁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