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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전역 대규모 폭격…극초음속 미사일·드론 동원

입력 | 2023-03-09 20:47:00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가 러시아에 점령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9일(현지 시간) 약 3주 만에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단인 와그너그룹의 대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8일(현지 시간) 바흐무트 동쪽 지역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는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바흐무트카강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는데 중심가는 서부에 있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우크라이나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 다른 지역까지 장악하기 위한 통로로 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바흐무트가 며칠 내 결국 함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바흐무트 함락이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어떤 전환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를 깔봐서는 안 된다는 점 정도가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장악한다면) 더 멀리 진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흐무트 사수 의지를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바흐무트 점령 뒤 계속 진격할 수 없도록 차이우 야르 등 바흐무트 서쪽 지역 방어진을 강화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9일 우크라이나 중서부 주요도시 여러 곳에 폭격을 가했다. 이는 거의 3주 만의 대규모 폭격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전국에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에너지 시설을 중심으로 미사일 81기와 드론(무인항공기) 8기로 공격을 했다. 이번 공격엔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할 수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기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5시간 넘게 공습 사이렌이 이어졌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도시 남서부에서 여러 차례 폭음이 울렸다면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으로 급파됐다고 말했다. 키이우 일부 지역에선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와 주변 지역도 약 15차례 폭격을 당했다. 올레 시녜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핵심 기반시설과 관련된 것들이 또 다시 점령자들의 표적이 됐다”면서 이에 더해 주거용 건물들도 다수가 피격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의 막심 마르첸코 주지사는 “에너지 기반시설이 위치한 장소와 주거지 등이 피격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인 체르니히우와 중부 드니프로, 폴타바와 함께 전선에서는 멀리 떨어진 서부의 르비우, 루츠크, 리브네, 지토미르, 빈니차 등지에서도 여러 차례 폭음이 들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전력공급이 이날 미사일 공격의 여파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