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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

입력 | 2023-03-10 03:00:00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 거장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에는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학자들 사이에서 흰옷을 입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기록된 히파티아(추정 370∼415·사진)입니다.

히파티아는 기원후 37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걸로 추정합니다. 위대한 학자였던 아버지 테온에게서 수학을 배웠고, 이탈리아와 아테네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히파티아는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습니다. 수학 교과서를 만들었고, 디오판토스의 대수학을 완성했습니다. 비중이 다른 두 액체의 상대 비중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하이드로미터와 수중 투시경도 발명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별과 행성의 고도를 측정하는 기구(천구의)를 실질적으로 제작한 천문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철학 분야에서는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를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강의에도 재능이 있어 그녀의 강의를 듣기 위해 세계 각지의 석학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히파티아가 활동하던 당시 알렉산드리아는 로마 제국을 경제·문화적으로 선도하던 도시였습니다. 총독인 오레스테스가 그녀를 크게 신뢰했기 때문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히파티아의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박해받던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지정되면서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던 시기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새로 주교로 온 키릴로스는 기존의 총독부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종교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 민중에게 인기가 높은 히파티아를 희생양 삼아 공격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415년 3월 어느 평화로운 오후, 아카데미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던 히파티아의 마차가 습격당합니다. 히파티아는 온 거리를 질질 끌려 다니다 마지막에는 케사리온 교회에 끌려 들어가 잔인하게 고문당합니다. 그리고 이 잔인한 고문 도중에 죽습니다. 그녀의 조각난 시체들은 거리 곳곳에 뿌려지고 일부는 불태워졌습니다.

키릴로스는 이 사건에 자신이 연관되었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약 200년 후 이집트 콥트 교회의 한 주교가 남긴 기록에 의해 실제로 키릴로스가 그녀의 죽음을 사주했다는 게 밝혀집니다.

그녀가 죽고 알렉산드리아의 아카데미는 폐쇄되었습니다. 그녀의 제자들은 아테네로 옮겨 그곳에서 아카데미를 다시 열었으나, 이전의 영광을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성과 진리를 향한 탐구가 자신의 삶과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그녀의 가르침이 빛을 잃은 겁니다. 이렇게 히파티아의 죽음은 중세 암흑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르네상스를 거치며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근대 사회의 서막을 알리게 됩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