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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찔한 고령운전 사고 줄 잇는데, 4년간 면허반납은 2%뿐

입력 | 2023-03-10 00:00:00


74세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돌진해 4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제 전북 순창에서 벌어진 이 사고 운전자는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고령의 운전자가 상황 인지, 조작 능력 등이 떨어진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급속한 고령화로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내는 교통사고도 증가 추세다. 매년 30만 명씩 늘어나며 400만 명을 넘어선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발생 비중은 지난해 전체의 15.7%(3만1841회), 사고 사망자는 24.3%(709명)에 이른다. 70, 80대 운전자가 상가를 들이받거나 주차장 건물 벽을 뚫고 추락하는 등의 사고로 사상자가 잇따랐다. 학원 승합차를 몰던 80대가 트럭을 들이받아 부상한 사례도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타고 있었을 경우의 인명 피해 가능성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90대 초고령자를 포함해 택시 운전사들의 고령화도 심해지고 있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적잖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비율은 지난 4년간 2%대에 머물고 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운전을 못 하게 되면 당장 발이 묶이는 것은 물론이고 농사를 비롯한 생계활동마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면허증 유지를 위한 적성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검사나 교육 주기가 주요국들보다 상대적으로 긴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운수업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개인 운전사들의 경우 사실상 관리 영역 밖에서 위험한 나이대까지 상업용 승합차나 화물차 운전을 지속하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제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연령대를 특정하기보다 운전 능력을 기준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현실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이 무엇보다 운전자 본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면허 반납을 유도할 인센티브를 늘려가야 한다. 고령자 적성검사를 강화하고 결과에 따라 운전 시간대와 지역, 차량 종류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관리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운전대를 놓더라도 어르신들의 이동에 문제가 없도록 교통 인프라 확충 및 지원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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