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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유치전 ‘후끈’

입력 | 2023-03-10 03:00:00

가평-연천-남양주-양주 등 경쟁
“고령층 많은데 의료 불균형 심각”
이르면 이달 중 건립 방식 윤곽
“신설보다 이전” 주장도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약 사업인 ‘경기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설립’을 두고 가평·연천군, 남양주·양주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양평군과 동두천시도 조만간 유치전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에는 종합병원급 의료시설이 한 곳도 없다. 아직 후보지 선정 방식과 일정 등이 나오지 않았지만 의료 불균형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 연천·남양주·양주 등 유치전 뛰어들어
연천군 인구는 지난해 기준 4만2000여 명. 의료기관은 모두 34곳이 있다. 하지만 종합병원이 없고 대부분 동네 병·의원 수준이다. 응급실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분만실도 없다 보니 아이를 출산하려면 차로 1시간 거리의 동두천이나 의정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도 2021년 연천군을 응급의료취약지로 분류했다.

연천군 내에서도 신서면 등 일부 지역의 의료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주민들은 의사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조차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초기 응급처치가 어려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덕현 군수는 지난해 12월 김 지사를 만나 도립의료원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군수는 “고령 인구가 많고 최북단에 있는 연천에 들어서는 게 본래 기능과 역할에 맞다”고 주장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도 김 군수와 비슷한 시기에 김 지사를 만났다. 주 시장은 백봉지구 종합의료시설 부지 3만3000㎡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 인센티브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도립의료원이 생기면 구리 가평 양평까지 진료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고 했다.

가평군은 지난해 11월 도립의료원 유치를 위한 추진단을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양주시의 경우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국회의원이 2월 김 지사를 만나 유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양평군은 설립계획이 구체화되면 유치전에 뛰어들 생각이고, 동두천시는 조만간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에 도립의료원 유치를 신청할 계획이다.


● “신설보다 이전이 낫다” 주장도
현재 종합병원급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도립의료원은 경기도에 모두 6곳 있다. 남부(수원·안성·이천)와 북부(의정부·파주·포천)에 각각 3곳이다.

도 안팎에선 “예산 등을 감안할 때 신설보다 기존 병원을 이전하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복지부가 2021년 6월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2021∼2025)’에는 1970년대 말 지어져 시설이 낡고 오래된 의정부병원이 이전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의정부의 경우 종합병원 5곳을 포함해 의료기관이 580여 곳이나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립의료원 이용률이 낮다. 하지만 의정부시는 의정부병원 이전에 반대하고 있어 이전이 확정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

도 관계자는 “신설보다 기존 병원을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동북부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부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도립의료원 건립 방식 등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