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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하반기 방한 조율… 尹 방일후 셔틀외교 복원

입력 | 2023-03-10 03:00:00

尹 16, 17일 방일… 기시다와 회담
한일 정상 셔틀외교 12년간 중단
징용해법 등 한일관계 개선 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에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시작으로 12년간 중단된 한일 간 ‘셔틀 외교’(상대국을 오가며 정례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르면 올 하반기에 답방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조정에 들어가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의 상징이 될 셔틀 외교의 복원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9일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16, 17일 일본을 찾는다고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실무 방문(Working Visit) 형식으로 방일해 기시다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방일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이후 약 4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되었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된다”면서 “이는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셔틀 외교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일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셔틀 외교의 재개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이후 답방 차원에서 첫 방한을 위한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대해) 아직 양국 간 얘기가 나온 건 없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방일하면 다음엔 방한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상대국을 1년에 한 번씩 방문하는 형식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시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 및 회담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이뤄지면 12년 만에 셔틀 외교가 부활하는 것이다.





기시다 “한일 관계 강화 기회”… 日보수인사들 만나 설득 나서



尹대통령 16, 17일 방일

기시다, 日 보수 거물급 잇단 접촉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 행보
日언론 “지소미아 중요성 확인”
회담서 안보-경제 협력 논의 방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일 도쿄 총리 관저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과 일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16, 17일 양일간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 제공 

한일 양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 외교가 자연스럽게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어렵게 해법을 마련한 만큼 양국 관계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도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한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셔틀 외교가 복원된다면 기시다 총리는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올 하반기에 한국을 답방할 가능성이 크다. 셔틀 외교가 중단되기 전인 2011년까지 양국 정상은 매년 한 번씩 상대국을 찾아 회담을 했다.


● 조심스레 분위기 조성하는 日
기시다 총리는 9일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할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일본 보수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변화에 대단히 신중하고, 특히 한일 관계에 민감한 일본 주류사회를 설득해 한국에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바꾸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로서는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 온 주류 보수파를 배려하지 않고서는 일본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한일 관계 개선을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8일 일본 최대 신문사인 요미우리신문을 찾아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대표이사 주필을 만났다. 와타나베 대표는 올해 96세이지만 일본 보수를 상징하는 원로로서, ‘막후의 쇼군(수장)’으로 불릴 정도로 정·재계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 발표가 있던 6일에는 집권 자민당 임원회의에 참석해 “(아소 다로) 부총재를 비롯해 모든 분이 세심하게 분위기를 다져주셔서 결실을 봤다”며 공을 주변 인사들에게 돌렸다. 지난해 11월 방한해 윤 대통령을 예방한 아소 자민당 부총재는 9일 “(한국 정부의 해법은)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기 위한 매우 큰 첫걸음으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 “한일 회담서 지소미아 중요성 확인”
한일 정부는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첫 단추로서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의 정상화 표명 방침을 굳혔다”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의 진전을 보고 정상화 발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확정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문재인 정부는 같은 해 8월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는 공한을 보냈다.

현재 지소미아에 따른 군사정보 교환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안부 협약처럼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지소미아 정상화를 비롯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일본 영공 및 인근 바다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엄중한 안보 위기를 타개하려면 한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은 4월 26일 공식 환영식에 이어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4월 27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이 열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