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비공개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3.03.10.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64)의 죽음에 민주당에는 10일 하루 종일 긴장감이 맴돌았다.
당초 이날 오전 9시까지만 해도 “민생 행보 등 정해진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겠다”던 이 대표 측은 이 대표 책임을 묻는 내용의 전 씨 유서가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만 해도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이지 나 때문이냐”고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철저하게 선을 긋던 이 대표는 회의 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1시 경 빈소를 찾아 조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조문을 못한 채 4시간 넘게 인근에서 대기하는 등 ‘긴 하루’를 보냈다.
당도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친명(친이재명) 진영은 일제히 “검찰의 강압 수사”를 비판한 반면 비명(비이재명) 진영은 “당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李, 오전엔 “검찰의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마지막 순서로 발언에 나선 이 대표는 8분 여에 걸쳐 검찰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중간중간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자랑스러운 공직생활의 성과들이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며 “없는 사실을 조작을 해가지고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을 겨냥해서도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것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며 “수사 당하는 것이 제 잘못이냐.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느냐”고 했다.
전모씨 주거지인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의 한 아파트 앞. 2023.3.10 뉴스1
당초 이 대표는 경기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거점센터를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간 뒤 저녁엔 야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직접 만나는 ‘국민보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당초 이 대표 측은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조문할 계획이었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조문부터 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당은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강압수사와 조작수사 말고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 비극입니다.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를 사냥하고야 말겠다는 광기에서 빚어진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잇달아 논평을 내고 “검찰은 인간 사냥을 멈추고 사람 목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말라”고 했다.
●非明 “당에 음산한 기운, 사퇴론 불붙을 것”
비명 진영은 전 씨의 유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일단 유서 전체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당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는 것 같다”며 “유서에 ‘이 대표가 결자해지 하라’는 내용이 있으면 사퇴론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주변에서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당 대표가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뒤로 물러서 있느냐”고 비판했다.반면 친명 의원은 “이 대표 연말 퇴진론은 ‘소설’”이라며 이 대표 책임론을 일축했다. 당 지도부 소속인 한 의원도 “지금은 이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서 가야할 때”라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공격으로도 모자라 내부 총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