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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챗GPT는 절대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다’[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23-03-10 21:30:00


‘그 사과가 떨어진다’는 건 묘사(description)다. ‘그 사과를 놓으면 떨어질 것이다’는 건 예측(prediction)이다.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AI)은 묘사와 예측은 잘한다. 그러나 설명(explanation)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모든 물체는 떨어진다’와 같이 통계로 수집 가능한 사례를 넘어 보편성을 주장하는 추정이라든가, ‘모든 물체는 중력의 힘 때문에 떨어진다’는 인과적 설명은 AI가 만들어낼 수 없다.

▷95세의 노장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가 8일 챗GPT 출시 100일을 맞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AI가 지닌 지능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아이의 언어 습득 과정은 신비로우며 인간은 언어의 활용을 통해 동물과 구별되는 도약을 했다고 본다. 그럼 기계는? 그에 따르면 인간 지능의 운영체계(OS)는 적은 정보로도 그것을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반해 AI의 OS는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가지고 패턴과 통계에 따른 답변을 만들어낼 뿐이다.

▷인간의 추정이나 설명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틀릴 수 있다는 점이 사고(thinking)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사고는 그럴듯한 설명을 제공하고 그 설명의 잘못을 수정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챗GPT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수정해가면서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 아니라 어느 주장이 더 많이 거론되고 있느냐는 개연성을 따져 결론에 이를 뿐이다.

▷촘스키는 과학철학자 칼 포퍼를 소환했다. 포퍼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가장 그럴듯한 이론이 아니라 가장 그럴 것 같지 않은 이론’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한 바 있다. 사과의 낙하는 사과가 자연스러운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도 당시로는 그럴듯했다. 그러나 ‘왜 하필 지구가 자연스러운 위치냐’는 의문이 따랐다. 사과의 낙하는 질량이 시공(時空)을 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여전히 그럴듯해 보이지 않지만 사실이다. 지능은 그럴듯해 보이지 않지만 통찰력 있는 것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인간 지능의 또 하나의 능력은 도덕적 사고다. 도덕적 사고는 인간 지능의 창의성을 제한해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한다. 그것은 창의성과 윤리적 원칙 간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다. 챗GPT는 겉보기에는 세련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도덕적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촘스키는 이를 해나 아렌트가 나치 홀로코스트 실무책임자인 아이히만을 가리켜 썼던 ‘악의 평범성’에 비유한다. 어쩐지 인간 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적용한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같은 느낌이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