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원 지음·아침달
인류 최초로 기억의 기술을 고안한 사람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다. 그는 한 연회에 참석했다가 두 소년이 찾는다는 소식에 밖으로 나갔고, 그 직후 땅이 흔들려 저택이 무너졌을 때 홀로 목숨을 건졌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시모니데스에게 파도처럼 사람들이 밀려왔다. 죽은 자의 흩어진 몸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혹은 적어도, 그가 있었음을 확인해달라고. 그가 있었어야만, 그를 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공연예술이론가가 자신이 찍은 사진과 그에 관한 글을 담은 사진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