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며 임용 연기되고, 교사 만족도도 낮아 교대, 융복합교육 나섰지만 여력 부족한 현실 기술혁신시대, 교대도 교사도 변해야 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챗GPT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여전히 변화에 둔감한 교실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란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전쟁 속에서도 문을 연 학교가 코로나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는 평온함이 교육 현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 당국은 밤낮으로 교육 개혁, 학교 개혁, 미래인재 양성을 외치지만, 미래의 핵심이 될 교사의 인기는 날로 시들해지고 있다. 초등교사 양성 기관인 교대의 올해 입시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철밥통이라고 여겨지던 교사가 되려는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사실상 전례없이 대입 정시모집 경쟁률이 미달에 가까웠다. 전국의 13개 초등교사 양성 대학의 경쟁률이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2 대 1 수준에 머무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타 대학 중복 합격생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달’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교대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가 결정타이고, 이로 인해 임용고사에 합격해도 서울지역 올해 합격자 전원이 학교에 배치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예비교사도 불만, 임용시험 합격자도 불만, 업무가 가중되는 현직 교사도 불만인 ‘3불(三不)’의 시대가 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 학생들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교사의 능력을 비교한 국제성인능력조사(PIACC)에서는 OECD 국가 가운데 언어능력 12위, 수리력 14위, 문제해결력 15위로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임용고사라는 힘든 시험을 보고 들어간 교사들이 몇 년이 지나면 오히려 ‘평균 이하’의 수준으로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현장 교사의 만족도도 좋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OECD 각종 조사에서 교사가 된 걸 후회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교사 만족도도 대부분의 조사에서 최하위권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을 현재대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대학 교수 숫자가 100명도 안 되는데, 1000명이 넘는 일반대학의 교수가 가르치는 대학에 비해서 더 다양한 수업을 예비 초등교사들이 들을 가능성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AI), 코딩, 드론을 아무리 외쳐도 교육대학에 해당 과목을 가르칠 교수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융복합교육, 다양한 교수법 적용,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지 이제는 그 해결책을 찾을 때가 온 거 같다. 제주교대와 제주대의 통합을 시작으로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 논의, 공주교대와 공주대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때이다.
이제 초등교사들이 스스로 자문해볼 때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급변하는 기술·산업 환경에서 초등교사가 살아남을 길은 무엇인가? 스마트한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과 내 자녀를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결합될 때, 이제 초등학교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외부로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 축소 요구가 거세질 거고, 내부에서는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는 MZ세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초등교육이 일대 전환점을 맞은 현 시점에선 교사도 변해야 하고, 교육대학도 대대적인 혁신만이 살아남을 길이다. 교대가 환골탈태할 때 제2의 전성기를 맞을 획기적인 전환점이 시작될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