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의정 활동을 하면서는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라 적응도 해야 하고 제 관심 분야 정책도 개발해야 하고…. 혼자 요가를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달리기 시작했어요.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가는 개인 수련이고, 마라톤은 완주라는 목표가 있어서 좋았어요.”
김예지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월 26일 열린 고구려마라톤 10km에 출전해 ‘가이드 러너’ 홍산 씨(오른쪽)와 함께 달리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운동을 즐긴 김 의원은 건강도 챙기고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 제공.
김 의원은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VMK)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VMK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동호회다. 매주 토요일 서울 남산에서 함께 달린다. 비장애인들이 빛 나눔 동반주자(가이드러너)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달린다. 김 의원은 “다양한 분들과 함께 달렸다. 특히 이기호 VMK 회장님은 70세에도 정정하게 풀코스를 달려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대 체육관에서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 홍산 씨(28·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사과정)를 만나 주기적으로 함께 운동하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한 홍 씨는 김 의원의 가이드러너가 돼 주 1회 1시간 30분씩 달리고 있다.
김예지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열린 제8회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마라톤대회를 완주한 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 제공.
마라톤을 시작한 뒤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구려마라톤에서 넘어졌듯이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운동화를 잘못 신어 중간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죠. 그런데 3km, 5km 등 목표를 정해놓고 꾸준히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게 좋았어요.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도 좋았고요. 사실 뭐든 수월하게 되는 일이 없잖아요. 이렇게 땀 흘려 노력해야 결실을 얻는다는 교훈도 얻고 있습니다.”
마라톤이 주는 매력은 뭘까?
“살다 보면 저희가 예측 가능한 것도 있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게 더 많잖아요. 그런 예측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할 때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더 안정되는 것 같아요. 몸을 위해서 달리지만 결국 마음도 튼튼해지게 하는 게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예지 의원(가운데)이 2월 26일 열린 고구려마라톤 10km에 출전해 ‘가이드 러너’ 홍산 씨(오른쪽)와 함께 달리고 있다. 김예지 의원 제공.
2014년 5월 귀국한 그는 다시 음악가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잠시 운동을 등한시하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는 유산소 운동으로 탠덤 사이클(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타는 사이클)을 시작했다. 그해 10월 제39회 전국장애인체전 사이클 여자 장거리에 출전했다.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출전이란 목표로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겨울엔 스키와 바이애슬론을 했다. 2020년 2월 열린 제17회 전국장애인겨울체전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4km 클래식 B 블라인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km(B) 블라인딩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김예지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포즈를 취했다. 김 의원은 평상시엔 조이의 안내를 받지만 마라톤에서는 ‘가이드 러너’의 안내를 받으며 달린다. 동아일보 DB.
장애인들이 건강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김 의원이 피아노 전공을 본격 시작했던 고1 때도 배울 지도자를 찾아다니며 공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에지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8월 열린 제8회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김예지 의원 제공.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피아노와 마라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아노도 연습량에 따라 연주의 질이 달라집니다. 마라톤의 경우에도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죠. 하프코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땀이 필요하죠.”
김 의원은 19일 열리는 2023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에 출전한다. 김 의원은 9일부터 16일까지 바레인(마나마)에서 국제의회연맹(IPU) 주최로 개최되는 제146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하지만 돌아와서 바로 동아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아직은 힘들면 ‘걷뛰(걷고 뛰다)’를 하는 수준입니다. 지난해부터 10km 대회엔 출전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공원에서 대회가 열리고 통제를 하지 않다 보니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하고 엉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국내 최고의 동아마라톤은 교통을 통제하고 서울 도심을 달리기 때문에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맘껏 달리고 싶습니다.”
김 의원은 “마라톤은 규칙적으로 훈련해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지금은 10km에 도전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5년 안에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예지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걷고 있다. 동아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