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번 일로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소환됐다. 그는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의 강성 지지층이 민주당 비문재인(비문)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내고 18원 후원금을 보낸 것에 대해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개딸의 공격도 양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을지 의문이다.
“바로 말려야지…”
이 대표도 한때 친문재인(친문)계로부터 양념 세례를 듬뿍 받았다.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 당시 친문 성향 강성 지지층은 “혜경궁 김 씨는 누구입니까”라는 신문 광고를 내걸었다. 68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다-경기도지사 선거 출마자 민주당 이재명에 대한 거부 서명 및 의견 모음집’이라는 자료집도 발간했다. 최근 개딸의 움직임을 보면 그때 당한 복수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대표는 일단 말리고 나섰다. 3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몇몇 의원님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폭탄 등의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잖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바로 말려야지 한참 진행된 다음에 하는 건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내심 자신이 당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이토록 맹렬하게 수박 7적을 공격하는 이유는 뭘까. 향후 예상되는 비이재명(비명)계의 조직적인 준동을 막으려는 의도가 강하다. 비명계의 주력군에 해당하는 당내 최대 계파 친문계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부터 세 결집을 추진해왔다. 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 확대 개편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사이에서 이 대표 사퇴론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중이었다. 차기 대권 주자군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김부겸 전 장관의 강연정치 재개도 신경 쓰일 것이다.
文 양동작전 펼칠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는 수박 7적 포스터.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몸을 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권력형 비리 수사라는 외부 압력에 친이재명(친명)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라는 내부 압력이 더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내외부에서 협공받는 상황에서 처분만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문 전 대통령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꼼짝없이 당하거나 역공에 나서거나 둘 중 하나다. 문 전 대통령과 친문계 원팀은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안으로는 이 대표를, 밖으로는 윤 대통령을 치는 양동작전이다. 아직까지 친문계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다. 친명계로 변신한 이도 적잖지만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면 친명계를 능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만간 개설할 양산 북카페를 매개로 문 전 대통령과 친문계는 접촉면을 넓혀갈 것이 분명하다. 원팀의 부활이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와 메시지도 빈도수가 높아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정권 권력형 비리 수사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한데 묶어 공동 대응하던 것이 기존 민주당의 기조였다.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에 미래 권력까지 더해지면서 싸움 양상이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