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건강제품 박람회 르포 식물성 고기 앞세운 대체식품 대세, K푸드도 불고기-참치로 인기몰이 “세계시장 2030년 214조원 성장”… 국내기업들 美시장 공략 이어져 정용진 “미래식품이 신성장동력”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내추럴 건강제품 전문박람회’는 대체식품 기반의 K푸드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다. 올해로 42년째를 맞은 내추럴 건강제품 전문박람회는 100여 개국에서 3600여 개 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래식품 박람회다. 애너하임=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콩으로 만든 불고기라고요? 일반 불고기인 줄 알았어요. 식감도, 맛도, 향도 너무 좋네요.”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내추럴 건강제품 전문박람회’를 찾은 외국인들은 식물성 불고기를 맛본 뒤 감탄을 쏟아냈다. 한국농수산유통식품공사(aT) 부스는 식물성 고기로 만든 한식을 맛보러 온 방문객들로 종일 북적였다. aT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K푸드’ 열풍이 대체식품 분야에서도 충분히 불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비건 열풍과 친환경 소비 추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42년째를 맞은 내추럴 건강제품 전문박람회는 100여 개국에서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래식품 박람회다. 3600여 개 업체가 참가한 올해 박람회에서는 단연 대체식품이 화두였다. 대체식품은 식물성 재료 등을 활용해 고기를 대체한 식품으로, 대체식품 기반의 K푸드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뜨거웠다.
● 글로벌 푸드테크 대세는 식물성 고기
이날 찾은 박람회장 부스의 70%가량은 식물성 고기를 앞세운 대체식품 부스들이었다. 식물성 고기로 만든 피자, 햄버거, 너겟부터 동물성 성분을 뺀 귀리 우유, 치즈 등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의 식품 트렌드가 ‘오거닉 푸드’였다면 이제는 대세가 완전히 대체식품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대체식품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2030년 1620억 달러(약 214조 원)로 2020년 295억 달러(약 39조 원)보다 5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성장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18년 4760만 달러(약 630억 원)인 국내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2억1600만 달러(약 2861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체식품 시장의 성장에 맞춰 국내 업체들은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K대체식품’을 대거 선보였다. 국내 기업들과 연합해 29개 부스를 낸 aT 연합 부스에서는 대체육 불고기, 주먹밥, 통조림 참치 등을 선보였다.
초창기 대체식품으로 주로 만들어졌던 햄, 치즈 등과 달리 한식은 구운 고기 종류가 많아 대체식품을 만들기 어려운 음식으로 꼽혔다. 구운 느낌과 씹는 질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불고기를 먹어본 결과 실제 고기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참치도 참치 뱃살 등의 기름기와 특유의 식감을 온전히 재현했다. 기술의 발달로 대체식품으로 만든 한식을 상품화한 것. 참치캔 대체식품을 선보인 알티스트의 윤소현 대표는 “치즈 등 서양 음식에 집중됐던 대체식품 분야가 한식으로 확장될 만큼 기술이 성장했다”고 했다.
● 신세계, K대체식품으로 미국 공략
세계 최대 대체식품 소비국인 미국 시장을 향한 국내 식품회사들의 공략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좋은음식연구소(GFI)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대체식품 판매액은 약 74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기후변화, 건강 등에 관심이 많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식품은 기성 식품을 넘어 대세가 되고 있다.미국 시장 공략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음식은 귀리, 아몬드 등으로 우유를 만드는 대체유(乳)다. 시장 조사기관 스핀스에 따르면 미국 대체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우유(16.0%)로, 육류(1.4%)보다 10배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신세계푸드가 지난달 대체유 상표 ‘제로밀크’ 특허를 출원하는 등 대체유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 주도 아래 ‘미래형 식품’을 그룹 차원에서 새 먹거리로 밀고 있다. 일반 고기를 모방한 것을 벗어나 일반 고기보다도 맛있고 건강한 식품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대체유 점유율은 70% 이상”이라며 “새로운 식품 옵션인 ‘대안식품’으로서의 식물성 식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너하임=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