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등 경영진 견제 못했어도 23, 24일 주총서 대거 연임 유력 KB는 이사 특별퇴직금 규정도 신설 추진 ISS는 신한 8명 유임에 반대 권고
‘거수기 논란’을 겪고 있는 금융지주사의 현직 사외이사 중 70% 이상이 연임을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라임과 파생결합펀드(DLF) 등 일련의 사태에서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조만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거 자리를 보전받을 공산이 크다.
● 사외이사 25명 중 18명 연임 추진
12일 신한, KB,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총 세부 안건에 따르면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중 18명(72%)은 현직 이사다. 이들은 23,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표결을 통해 연임이 확정된다. 이미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들의 연임 안건이 주총에서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이처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의 연임을 대거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신한금융 사외이사 8명의 유임 안건에 대해 반대 권고 의견을 냈다. 사외이사들이 라임펀드, 채용 비리 등 신한금융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사외이사들은 금융사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는커녕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며 최고경영자(CEO)와 유착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총 135건의 안건 중 100%인 135건이 이사회에서 찬성 의결됐다. 한 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이사회는 모두 18차례 열렸고, 이때 논의된 29건의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 연평균 보수는 억대 근접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보수 총액은 1인당 평균 8346만 원으로 나타났다. 1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사외이사도 4명이었다. 연봉 1억 원에 가까운 사외이사 자리가 사실상 하나의 직업처럼 인식되면서 연임이나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 자리 확보를 위해 굳이 경영진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KB금융이 이번 주총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이사 퇴직금 규정도 논란거리다. KB금융은 이번에 ‘퇴임 당시 기본급의 12분의 1에 근속기간에 따른 기준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등의 규정을 신설했는데 이 안건이 통과되면 올 11월 퇴임하는 윤종규 회장은 약 3억7000만 원의 퇴직금은 물론이고 이와 별도로 ‘특별퇴직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