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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中서 만나 관계정상화 합의… “바이든 뺨 때린 격”

입력 | 2023-03-13 03:00:00

양국 “中에 감사” 中 “중요 성과” 자평
“中 평화중재자 노릇에 美 수세 몰려”




중동의 오랜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국이 중재했다는 소식에 미국이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는 등 중동을 무대로 한 미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 관계가 악화된 사이 중국이 중동 긴장 완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영향력을 넓히는 모양새다.

주요 외신 및 중동 매체는 10일 “(이란-사우디) 양국이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상대국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간 외교 관계 정상화는 2016년 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당시 사우디가 자국 시아파 유력 성직자들을 체포하고 일부를 처형하자 이란 내 보수 시아파 세력이 주이란 사우디대사관 등을 공격하며 단교 사태를 맞았다.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린 베이징에서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됐다. 이란과 사우디 정부는 10일 성명에서 “이번 회담을 주선한 중국 지도자들과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도 이날 “이번 베이징 대화는 중국과 사우디, 이란 3국 지도자들의 공감대를 기초로 추진됐다.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사우디를 최대 우방으로 삼아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대한 정책을 펴온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은 대내외적 압력 때문이지, 대화하고 협상하라는 중국의 초청 때문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로 미국이 수세에 몰렸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수잰 멀로니 외교정책 부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합의는 중국의 선전 활동에 큰 승리를 안겨 준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사우디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경제적 지원 및 협력을 무기로 대(對)중동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온 지역에서 중국이 평화 중재자 노릇을 하며 미 정부 인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중동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