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후폭풍] SVB 파산에 테크 업계 충격 美 VC 지원 스타트업 절반이 거래 “10년 이상 혁신 지연시킬 수도”
초기 스타트업의 ‘돈줄’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 위기설이 등장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붕괴하자 미국 실리콘밸리 내 테크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SVB와 거래를 해 온 주요 스타트업부터 아직 투자가 필요한 신생 기업들까지 갑작스럽게 자금 확보의 길이 막히며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돈줄이 마르던 스타트업 내 유동성 위기가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미국 최대 스트리밍 하드웨어 업체 로쿠는 10일 기준 회사 내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의 26%에 해당되는 4억8700만 달러(약 6087억 원)를 SVB에 예치 중이었다. 미국 게임업체 로블록스의 경우 전체 회사 보유 현금의 약 5%에 해당되는 1억50000만 달러(약 1875억 원)가 SVB에 있었다. 예치된 원금 중 얼마나 보전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당장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SVB 파산으로 빅테크 기업보다는 당장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 충당이 어려워진 초기 스타트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 Y컴비네이터가 10일 400여 개 스타트업을 조사한 결과 100여 개 기업이 “30일 이내 은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산 직후 SVB를 이용하는 일부 스타트업에서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혼란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취약해진 가상화폐 시장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은 10일 33억 달러(약 4조4000억 원)가 SVB에 묶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가격 안정화에 필요한 준비금의 약 8%에 해당된다. 이후 11일 USDC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인 장중 0.86달러까지 떨어졌다. ‘1 대 1’ 달러 연동제가 무너지자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USDC 관련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