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경단련 기금조성案 발표때 피고기업들 참여 메시지 내기로 日언론 “총리, 새 사과 표명 안할듯”
한일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미래청년기금’(가칭) 참여를 이번 주 공식화하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聯)이 윤석열 대통령의 16, 17일 방일 기간에 맞춰 이 기금 조성 방안을 발표할 때 경단련 소속인 이들 피고기업이 참여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낸다는 것. 양국 정부는 이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낼지, 피고기업 관계자가 발표 현장에 배석할지 등을 두고 협의 중이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맞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변제하는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조성하는 재원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고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들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 모임인 ‘서울저팬클럽(SJC)’에 소속된 기업 중 몇 곳이 참여 주체로 거론된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입장에선 일본 (일반)기업들이 재단에 참여한다는 발표가 이번 주에 나오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윤 대통령 방일 기간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사과 표명 없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 역대 내각이 제시한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일본 지지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한국 정부가 6일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 해법을 발표한 당일 기시다 총리가 밝힌 ‘역대 내각의 전체적 계승’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아직 사과 방식도 일본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1998년 선언에 담겼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정부측 “日, 사죄-배상에 더 성의 보여야”
日피고기업 기금 참여
“韓 결단에 진정성 있는 호응 필요”
“일본 피고기업의 (미래청년)기금 참여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일본 측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다. 일본 정부가 그 이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호응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정부가 한일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먼저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일본도 미래청년기금 조성 외에 사죄와 배상 문제에서 성의를 더 보여야 한국 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윤 대통령 방일 기간 중 일본 피고기업이 미래청년기금에 참여한다는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낼지 협의 중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피고기업이 미래기금에 참여한다”는 식으로 밝히는 걸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다만 “피고기업이 경단련 회원인 만큼 미래기금에 참여한다”는 식으로 일본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 입장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앞서 7일 국무회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실천이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해법 발표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이번 해법이 윤 대통령이 직접 결단한 고육지책이었음을 강조한 것.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