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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일본전 대패 충격적… 야구인생 내내 생각날 듯”

입력 | 2023-03-13 03:00:00

“일본 투수들 공 확실히 다르더라
경기 치르면서 많은 것 느꼈다”
한국, 체코 7-3 잡고 연패후 첫승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B조 체코와의 경기 6회초 수비를 마친 중견수 이정후(오른쪽)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며 이날 팀의 두 번째 투수 곽빈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한국은 체코에 7-3으로 이겼다. 도쿄=뉴시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안타 3089개를 때린 일본 야구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0·은퇴)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에 연패를 당한 뒤 “내 야구 인생에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후 MLB에 도전하는 이정후(25·키움)에게는 10일 4-13 완패로 끝난 제5회 WBC 한일전이 그랬다. 이정후에게 이치로는 우상과도 같은 선수다. 똑같이 우투좌타이고 등번호도 51번으로 같다.

호주와 일본에 연패를 당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B조 3번째 경기에서 7-3으로 승리하며 대회 첫 승을 거뒀다. 이정후는 이날도 1회 결승타점이 된 중전 안타를 때렸다.

하지만 10일 한일전 완패의 기억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 체코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충격적이다. 내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분한 마음도 있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졸전 끝에 대패를 당한 일본전이었지만 이정후만은 빛난 경기였다. 이정후는 3회 공격 때 MLB 통산 95승 투수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2루 주자 김하성(샌디에이고)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5회에는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로부터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이날 한국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남겼다. 이정후에게 한일전은 큰 자극이 된 무대였다. 그는 “일본 투수들의 공은 확실히 다르더라.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국 타자들은 이날 이마나가를 비롯한 일본 투수들에게 크게 고전했다. 이마나가는 이날 최고 시속 153km의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고루 섞어 던지며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정후의 2루타와 6회 박건우(NC)의 솔로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구위를 자랑했다.

올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진출에 도전하는 이정후로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 하는 큰 동기를 얻은 셈이다. 이정후는 12일 체코전까지 12타수 4안타(타율 0.333)를 기록하며 한국 타선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