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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SVB 사태,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 낮아”

입력 | 2023-03-13 10:05:00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SVB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3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SVB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을 폐쇄했고, 이어 12일에는 뉴욕주 금융당국이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했다.

SVB의 총자산은 276조5000억원으로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SVB는 최근 유동성과 수익성 악화에 대처해 8일 증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대량 예금인출(뱅크런)이 발생하고 증자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10일 미 금융당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의 영업을 중지시키고 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호 절차에 돌입했다.

SVB는 주된 거래처인 벤처기업들이 투자 유치 부진 등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금인출을 늘리는 가운데 SVB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18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채권매각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한 영향이다.

이번 사태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미 금리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은행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자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 고객이 SVB에 맡겼던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무관하게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지난 9~10일 이틀 간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48bp(1bp=0.01%포인트), 20bp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3% 하락했으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 하락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돼 온 점, 미 재무부·연준·FDIC가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처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오는 14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은은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