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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는 전염돼…美 SVB 파산에 韓 상당히 경계해야”

입력 | 2023-03-13 15:46:00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금융권을 넘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하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권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고금리 여파로 위축됐던 원화가치가 회복되고, 실물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3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SVB는 지난해 말일 기준 약 20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다. SVB는 지난 8일 보유 중이던 국채에 대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한 뒤 급속도로 무너졌다.

이후 모회사 SVB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80% 이상 하락했고, 결국 대량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했다. 이 영향으로 미국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약 520억 달러(약 69조원)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SVB 파산 원인으로 고금리·긴축에 따른 자금조달을 꼽은 만큼 미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간접적인 피해가 있을 거라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융 위기는 전염되기 때문에 상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그동안 금리를 큰 폭으로 많이 높였기 때문에 부채 위기의 가능성이 높고, 기업이나 자영업자들도 도산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로나 때도 견뎠던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고금리에는 견디지 못하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으니 정책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유동성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정부에서 주식, 채권은 몰라도 예금은 보호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SVB 파산 하나만으로는 바로 위기가 오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기업이나 금융기관 관련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 때문에 상당히 불안정하다”고도 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 “자금이 안전자산 선호 흐름으로 쏠리면 국내 유동성도 일부 축소될 수 있다”며 “국내시장 유동성이 심하게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공급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SVB 사태를 계기로 미국 금리인상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향후 우리 실물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VB 파산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같은 기대감에 국내 환율시장과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5분 현재 전 거래일(1322.2원) 보다 12.8원 하락한 1311.4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7.2원 내린 1317.0원에 개장했다. 개장 이후 1310.1원까지 내려갔으나 하락폭을 일부 되돌리고 1310원대 초반에서 등락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2400원 전후에서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주 SVB 파산으로 인한 미국 시장의 하락세와 비교하면 국내 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미국 연준이 빅스텝(0.5%p 인상) 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SVB 사태로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미 연준이 금리를 적게 올리는 전제가 깔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수 있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는 SVB 파산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연일 회의를 개최하며 진화하는 모양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관련 정례 간담회에 이어 이날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개최하며 “SVB 파산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메시지를 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SVB 폐쇄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