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여파에 건보 재정 1조 7천억 적자 사진= 뉴시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를 놓고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건보는 매우 특이하다(highly unique)”는 평가를 내놨다고 한다. OECD 회원 선진국 대다수는 세금이 들어가는 건보의 지출 항목, 증가율 등을 정부와 국회가 통제하는 데 비해 한국 건보는 외부 관리 없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OECD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한국 정부가 건보 지출을 모니터할 수 없고, 지출 증가율을 정할 수 없는데도 정부 예산이 ‘자동적으로’ 투입된다는 점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의 회계로 관리되는 건보는 2007년부터 연간 수입의 최대 20%를 국고에서 지원받고 있다. 처음엔 한시조항이었지만 계속 연장되다가 작년 말 여야 의견 차로 일몰기한이 끝나 지원 근거가 없어졌다. 그런데도 올해 11조 원의 예산지원이 예정돼 있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지만 건보의 지출규모, 보험료율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인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위원 25명 중 의약업계 인사와 정부 측 인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의료복지 확대 요구, 의약계의 이권 챙기기 등이 걸러지지 않고 곧바로 지출로 연결되기 쉬운 구조다.
한국의 8대 사회보험 가운데 정부 예산에 편입되지 않고 별도 회계를 운영하는 건 건보와 노인장기요양보험뿐이다. 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고용·산재보험은 재정추계 등을 통해 예산당국과 국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불과 3년 뒤인 2026년에 한국은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견제 받지 않는 건보의 지출 규모는 더욱 빠르게 불어날 것이다. 국민이 낸 보험료와 세금이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늦기 전에 외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