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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어머니들 “우리아들 죽음 내몰지 말라” 푸틴에 호소

입력 | 2023-03-14 03:00:00

“징집후 나흘 훈련받고 최전선에
도살장 끌려가는 양처럼 투입돼”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미카엘성당 인근 광장에 전시된 러시아군 전차들을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의 애국심과 전투 의지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장에서 파괴한 러시아 군 장비들을 전시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징집된 러시아군 병사 어머니와 부인들이 ‘제대로 된 훈련과 군수품 없이 전장에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지 말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소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12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독립 텔레그램 채널 SOTA에는 야외에서 러시아어로 ‘580독립곡사포여단’이라고 적힌 종이판을 들고 서 있는 굳은 표정의 여성 20여 명을 찍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종이판에는 ‘2023년 3월 11일’이라고 적혀 있어 이날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에서 여성들은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발령한 예비군 동원령으로 징집된 남편과 아들들이 불과 나흘간 훈련을 받고서 이달 초부터 전장으로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은 “내 남편은 최전선에 배치돼 있다”며 “징집된 이들은 중무장한 적군(우크라이나군) 100명에 대항해 요새화된 지역을 습격하기 위해 한 번에 5명씩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투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포병인 만큼 적과의 접촉 선상에서 빼내 포와 포탄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CNN은 영상에 출연한 여성들 주장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수세에 몰리던 지난해 9월 예비군 동원령을 통해 약 30만 명을 징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징집된 병사들이 제대로 된 훈련이나 장비 없이 전선에 배치돼 러시아군은 물론이고 사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졌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격전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출혈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11일 바흐무트 전투로 24시간 동안 ‘적군 수백 명이 숨졌다’고 서로 주장했다. 영국 군 정보 당국은 이날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 동부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