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인 10명 중 8명, 퇴근 후 연락으로 스트레스 호소 해외는 ‘연결차단권’ 법적으로 보호… 국내선 법안 발의 단계 못 넘어가 고용노동부 “TF 꾸려 제도 연구”… 사회적 공감대 이끌어 내는 게 관건
게티이미지코리아
30대 회사원 김모 씨는 퇴근 후나 주말에 울리는 업무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 상사가 단체 대화방이나 일대일 대화로 업무 관련 메시지를 계속 보내기 때문이다. 김 씨가 조심스럽게 “급한 일이 아니면 가급적 업무 시간 외에는 카톡을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 상사는 “내가 잊을까 봐 미리 보내두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김 씨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도 퇴근 후 업무 관련 메시지를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김 씨처럼 퇴근 후 회사에서 전화와 메시지를 받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전문가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연구에 착수했다.
● 퇴근 후 ‘업무 카톡’ 스트레스 증가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근로자 50명 이상 규모인 기업이 퇴근한 직원에게 업무와 관련해서 연락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해당 기업들은 전자기기 사용 규율 등 연결차단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노사 단체교섭에 포함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일명 ‘카톡 금지법’이라 불리는 연결차단권 보장 법안이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됐으나 통과된 적은 없다. 2016년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시간 외에 메신저나 SNS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을 발의했고, 이듬해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던 이용호 의원(현 국민의힘)도 비슷한 법안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전화, SNS 등을 이용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하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연결차단권 보장 방안 마련하기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 지시를 받는 것을 방지해 ‘근로 아닌 근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로부터의 퇴근 후 연락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적절한 규율 수준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도 업무시간 외 연락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각각 50%로 팽팽했다. 반대하는 응답자들은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법제화까지 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생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장 법제화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TF를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현황과 국내외 사례를 다양하게 살펴보고 제도 마련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