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제79기 졸업식 및 초급 간부인 소위 계급장을 다는 임관식이 3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육군 제공
손효주 기자
최근 군 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단연 하사, 중사, 소위, 중위를 일컫는 초급 간부들에 대한 처우 문제다. 군에는 A 중사처럼 열악한 복무 여건을 더 버티지 못하겠다며 전역하려는 이들이 많다. 군 안팎에선 군인이라는 사명감이 밥 먹여주고, 불합리한 처우를 자부심으로 ‘셀프 상쇄’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혹자는 그래도 군인인데 돈이 문제냐는 얘길 하겠지만 적합한 처우가 전제되지 않는 애국심은 금세 뿌리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초급 간부들과 병장의 월급 차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올해 1월 임관한 하사가 내년 6월쯤 받게 되는 월급은 세후 199만 원. 성과상여금 등의 월평균 금액을 더하면 260만 원이 될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한다. 그러나 이는 수당 등을 최대치로 받는다고 보고 연가보상비까지 더하는 등 영혼까지 끌어모은 금액. 실제론 이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초급 간부를 넘어서도 군 간부의 길은 험난하다. 잦은 이사와 자녀들의 부적응 문제 등 군인이기에 감내해야 할 것들이 널려 있다.
2017년 한 조사에 따르면 계급별 평균 이사 횟수는 대령 12.4회, 중령 11.9회에 달한다. 인사명령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지만 이사비도 다 지원되지 않는다. 최근 B 장교는 거리에 따른 이사화물 수송임 지급 기준에 따라 약 160km를 이사하며 172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사업체가 책정한 비용은 230만 원. 여기에 사다리차 값, 에어컨 이전 설치비 등을 더해 200만 원 이상을 사비로 냈다. B 장교는 “‘금방 떠나야 할 학교’라며 자녀들은 전학 간 학교에서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군인 자녀 중엔 잦은 전학에 따른 스트레스로 심리상담 등 치료를 받는 이들도 많다. 군인이어서 치러야 할 간접비용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불만은 군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군 기강 확립의 핵심 역할을 하는 군사경찰 등 수사관이 받는 수사비는 10여 년째 22만 원이다. “내 돈 내고 수사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사나 간부 숙소를 제공받지 않는 간부에게 지급하는 주택 수당은 1995년부터 월 8만 원이었다가 지난해에야 16만 원으로 올랐다. 이마저 복무 3년 이하 간부에겐 지급되지 않는다. 간부 숙소는 11만4000실이 필요하지만 7000실가량이 부족하다.
국방부는 제2의 창군 수준으로 국방을 재설계하겠다며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3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창끝부대 전투력의 근간인 초급 간부들이 전투형 강군을 만드는 데 핵심이다. 이들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이 들지 않는 몇 마디 말로 간부들을 ‘군의 중추’라고 치켜세울 뿐 체감되는 개선책이 없다면 이는 군인들의 허탈함만 증폭시킬 뿐이다. 군인들 사기 진작이 우선돼야 전투형 강군 육성도, 국방혁신도 가능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