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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검정고무신 막아야”…지식재산권·창작자 권리 보호 목소리

입력 | 2023-03-14 11:49:00

‘극장판 검정고무신 : 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갈무리.


웹툰·웹소설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상품(굿즈) 등 2차 저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이 콘텐츠 업계 화두가 됐다.

특히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던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가 최근 별세하며 저작권을 포함한 IP 권리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문화업계에 따르면 고 이우영 작가는 2019년부터 만화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관련 법적 분쟁을 진행중이었다.

이 작가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극장판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캐릭터 대행사가 자신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해 저작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월 이 작가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극장판이 원작자인 본인에게 허락을 구하지도 원작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에 극장용으로 만들 예정이 아닌 TV판 시리즈에서 탈락한 에피소드들을 짜깁기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이씨 주장이 맞다면 과거 창작자의 저작권은 심각하게 침해됐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만화책’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창작자의 저작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출판업계 관행이 웹툰·웹소설로 변모한 현재 콘텐츠 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투자사, CP사, 제작사 등과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일반적으로 반영하는 ‘비밀 유지 조항’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범유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계약서 비밀 유지 조항이 영업상 비밀에 국한되지 않고 계약 내용 전체에 대해서 비밀 유지를 해야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도 계약서를 보여주면 안 되는 것처럼 돼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에 익숙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은 변호사에게 자문을 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수경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지회장은 “법리적으로 능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 내용이 불공정한지 모르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변호사에게 보여주는 건 위반 사항이 아닌데 검토도 맡기지 못하고 체결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또 2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확보의 관건인 ‘양도 계약’ 시 ‘덤핑(한꺼번에 진행하는 것)’ 비율이 높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IP를 활용해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굿즈(상품) 등을 제작할 수 있는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양도’할 때 개별 항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라 모든 저작권을 한꺼번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양도 계약이 아닌 ‘이용 허락’을 하는 방식이 일반화돼야 창작자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범유경 변호사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는 것이 창작자 권리 보장 측면에서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에 대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해 별도의 명시적 계약에 의하도록 한 바 있다.

‘을’의 입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는 신인 창작자의 권리를 위해 문체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표준계약서가 쓰일 수 있도록 문체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강제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쓰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문체부는 웹툰을 포함한 문화 업계에 적합한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해 창작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맞춤형 표준계약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