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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태평양전쟁 당시 日, 한반도에 가미카제 특공기 500기 운용 계획

입력 | 2023-03-14 13:26:00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의 항공군사유적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 있는 엄체 모습. 조건 연구위원 제공



“특공 공격으로 적의 상륙 선단을 격멸한다.”(일본군의 ‘결호항공작전에 관한 육해군중앙협정’ 중)

일본이 태평양 전쟁(1941~1945) 패배 직전 한반도에서 특공기를 500기를 이용한 ‘자살 공격’(가미카제·神風)으로 미군의 상륙 함정에 타격을 주고 진공(進攻)을 막으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일본 방위성 자료를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결호(決號) 작전은 전쟁 말기 일본군이 일본 열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의 방어를 위해 수립했던 전략이다.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학회지 한국근현대사연구(3월호)에 실릴 논문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일본군의 한반도 내 항공기지 건설과 의미’에서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기지 총 47개소의 건설 배경과 추이, 실태와 의미 등을 고찰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전쟁 말기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 참모를 지낸 우에히로 치카다카(植弘親孝)의 회고록을 비롯해 일본 방위성이 소장하고 있는 ‘연합군 사령부 질문에 대한 회답’ 문서철 등 그간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료들까지 분석했다.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기지는 1920년 이른바 ‘간도침공’(일본군이 북간도 한인 37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을 위해 함경북도 회령에 처음 건설됐다. 하지만 실제로 한반도 내 일본군 항공부대와 기지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건 1941년부터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에히로는 한반도 내 항공기지 건설을 세 시기로 구분했다. 일본군은 1944년 말까지 대소·대미 작전 준비를 병행하다 1945년부터 미국 상륙을 대비한 항공기지를 집중 건설하고, 중국 전선에 주둔했던 제5항공군을 한반도에 이전시켰다. 이와 함께 하늘에서 활주로와 엄체 등이 잘 눈에 띄지 않도록 은닉 비행장(밀양, 전주 등)들을 지었다. 한반도 내 항공기지가 집중 건설된 1944년 신의주·수원·목포 등 9개 지역에 비행장이 신설됐고, 여의도·대전·울산 등지에 기존 비행장이 증강됐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에 소장된  아시아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 육군의  항공병력 배치 및 운용 계획.  1945년 5월 중국 전선에서 한반도로 이동한 제5항공군 밑에 특공기 약 500대, 일반기 약 200대가 편성돼 있다. 출처=아시아역사자료센터 



한반도에 주둔한 일본 육·해군은 1945년 최후 결전을 위해 작전과 지휘 체계를 조율해야만 했다. 이때 작성된 문건이 ‘결호항공작전에 관한 육해군중앙협정’이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가 소장한 이 문서에서 발견된 별지 ‘일본 육군의 항공벽력 배치 및 운용계획’을 보면 제5항공군에 속한 항공기 700기 가운데 약 500기가 특공기로 편성돼 있다.

같은 문서철 안에서 발견된 ‘결호병참준비요강’에는 조선 내 총 200개소의 엄체(掩體) 정비 계획이 확인된다. 엄체는 적의 사격이나 폭격으로부터 인원과 장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나 벽돌 등으로 벽과 지붕을 두껍고 견고하게 만든 설비다. 미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일본은 조선에 가미카제용 특공기를 은닉할 엄체의 정비 계획을 세웠지만 완수되지는 않았다.제주, 군산, 밀양 등 전국 곳곳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엄체는 약 20개소에 이른다.

조 연구위원은 “일제는 한반도를 수백 기의 자살 공격기(특공기)가 발진하는 죽음의 전장으로 만들 작정이었다”면서 “전국에 산재한 엄체 유적을 통해서도 이 계획이 상당 부분 실행에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와 식민지 조선인은 ‘본토결전’의 인질로 사로잡힌 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