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삼 탈락, 전당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혀 강신업·김세의·신혜식 등 컷오프 당내 “지도부에 유튜버 적합하냐는 의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이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3·8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한 의원은 8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민영삼 전 윤석열 대선캠프 국민통합특보의 최고위원 선거 탈락은 이번 전당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전당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여권에서는 민 전 특보의 지도부 입성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구독자 113만 명의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따따부따’를 운영하는 민 전 특보는 당원들 사이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했기 때문.
민 전 특보의 낙선 배경으로는 ‘정체성’이 우선 거론된다. 민 전 특보는 1985년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30여 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2021년 윤석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 전 특보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당에서 보낸 시간 자체가 적다 보니 당원들 사이에 ‘정말 우리 당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면서 “당 안에서 의원 입법 활동 등으로 기여한 사람과, 당 밖에서 유튜브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사람 중에 누가 지도부에 적합한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출신으로 민 전 특보와 마찬가지로 ‘귀순용사’라는 점을 강조한 태영호 의원의 경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는 등 원내 활동으로 당에 기여한 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직력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9일 YTN 라디오에서 “민 전 특보는 그냥 유명 유튜버일 뿐 당 조직표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전당대회 직전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선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을 조직적으로 밀었다. 김 전 비대위원은 16.1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아울러 유튜브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당원들의 ‘비호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일부 당원들이 보수 유튜브 채널을 좋아하는 것과 보수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들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라면 눈앞의 이익보다는 당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소신껏 발언해야 하는데 구독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유튜버가 이에 적합하느냐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당의 얼굴을 뽑는 축제인데 과격 성향과 언행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유튜버들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선관위 내 공감대가 있었다”고 컷오프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했던 보수 유튜버들의 탈락을 놓고 “당원들의 극우 유튜브 채널과 명확하게 선을 긋는 집단지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