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달구는 뜨거운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 붙은 안내문입니다. 『애완견 등 가축을 사육 중인 세대에서는 내 이웃의 불편함을 배려해 사육을 금지 또는 복종 훈련, 근본적인 조치(성대 수술 등)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입니다.
아파트에서 소를 키울 리는 없고 가축이래야 강아지 아니면 고양이일 것입니다. 안내문의 포인트는 강아지 짖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적절한 조치를 취하든가 정 안되면 성대 수술시키라는 내용입니다.
이를 두고 ‘얼마나 심했으면 저렇게까지 하겠는냐’ 당연한 요구라는 의견과 ‘성대 수술은 동물 학대’로 잔인한 요구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립니다. 함부로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기 힘든 사안입니다. 밤낮으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불면은 물론 정신장애까지 호소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듭니다. 반면 말 못 하는 강아지의 성대를 잘라버린다는 것은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조치입니다.
‘배려와 양보’라는 원칙에서 아래윗집이 모두 소음을 줄이는 ‘실질적인’ 노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윗집 개 짖는 소리에 편두통까지… 주인 외출하면 더 짖어
경기도 군포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27개월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시도 때도 없이 윗집 개가 짖고 그 소리가 저희 집에도 들려 너무 괴롭습니다. 편두통으로 시달리고 요즘에는 심장까지 두근거려 약을 먹고 있습니다.
윗집에 항의하고 관리소를 통해 불만을 접수했습니다. 그러면 윗집은 “짖지 않도록 개를 훈련시키고 주의를 주고 있다”는 말만 합니다. 그렇다면소리가 줄어야 할텐데 나아진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15개월 동안이나 기다려왔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할 지경입니다.
27개월된 아기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 잠을 자다 가고 깨서 울고해서 더 힘이 듭니다. 주변 세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문의를 해 보았지만 다들 직장을 나가고 저와 아기만 고스란히 개 짖는 소음에 시달리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개 짖는 소음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대수술 아닌가요? 저와 남편이 위층 아주머니에게 고통 사정을 이야기하고 “정 안되면 성대 수술이라도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화를 내고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들을 필요가 없다”며 그 요구를 단칼에 거절을 했습니다.
그나마 강아지가 주인과 같이 있으면 덜 짖습니다. 주인없이 강아지 혼자 있으면 택배 아저씨 같은 인기척이 날 때마다 반응해서 심하게 오래 짖어 댑니다.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저는 너무 괴롭습니다. 개 짖는 소리에 놀라는 제 아기를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잔인한 상상이 떠 올라 제 자신이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개는 아파트에서 키우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요? 이제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실전 팁’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합니다.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층견(層犬) 소음’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이 없습니다. 그러니 갈등이 불거져도 당국이나 아파트 관리소가 어떤 기준을 제시해 중재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현실적으로 주인들의 강아지에 대한 애정을 감안하면 성대 수술 요구는 받아 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렇다면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범위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윗집에 중문 설치와 현관문에 소음을 차단할 문풍지 설치를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윗집 주인들이 외출할 때는 반드시 외부 창문을 닫고 라디오나 TV 소리를 약하게 틀어 놓아달라고 하십시요. 라디오나 TV 소리가 들리면 반려견은 집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인식해 잘 짖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인의 에도중문을 설치하고 현관문과 화장실 문에 문풍기를 설치하면 현재의 반려견 소음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야외에서 사용하는 텐트는 반려견 소음 차단에 효과적이니 아기를 재울 때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