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뉴시스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SVB의 예금을 전액 보장하겠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소 은행들의 연쇄 파산과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등의 우려가 계속되며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단기간에 끝날 이슈가 아니어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려했던 ‘검은 월요일’을 피해 한숨 돌렸던 국내 주식시장은 하루 지난 어제 뒤늦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2.56%, 코스닥지수는 3.91% 하락해 올 들어 가장 낙폭이 컸다. 14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고, 13일 유럽 주요국 증시도 3% 이상 빠지는 등 불안이 확산됐다. 10일 SVB 폐쇄 이후 이틀 만에 세계 금융주 시가총액이 4650억 달러(약 607조 원) 증발했다.
이번 사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컸다. 부실 자산이 도화선이 됐던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SVB는 저금리 시기 미국 장기국채 등에 자산의 절반 이상을 대거 투자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며 큰 손실을 봤고, 예금 인출 요구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금융에서 절대적 안전지대는 없다는 교훈을 준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과거에 익숙한 방식으론 위기에 대응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금융 긴축으로 누적된 금융 취약성이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모바일뱅킹의 ‘초고속 뱅크런’이 보여주듯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정책 실기를 할 수도 있다. 금융시스템을 면밀히 살피면서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다가 파국을 맞은 외환위기의 경험이 생생하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