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에이버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은 AI 이미지였다.
송은석 사진부 기자
‘사라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16세 소녀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매일 밤 그녀는 침실 창문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시내 중심에 있는 공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유로운 춤을 추며 자신을 표현합니다.’
조 에이버리(@averyseasonart)는 인스타그램에 인물 사진을 포스팅하는 사진가다. 인물의 삶에 관한 짧은 설명을 덧붙인 이 사진들은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곧 에이버리가 올린 사진들은 많은 ‘좋아요’를 받았고, 그를 팔로하는 이들이 수만 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최근 그가 폭탄선언을 한다. 지금까지 그가 올린 사진들은 미드저니(Midjourny)라는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성한 가상의 인물들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실제 같은 사진들이 가짜였다니? 그가 올린 사진들은 인물 뒤 배경을 흐리게 하는 심도 효과는 물론이고 순광, 역광 등 빛의 방향에 맞춰 그림자까지 세심하게 표현돼 있었다.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사기라며 분개하는 이들도 있었고, 비록 AI가 만든 사진이지만 정말 멋진 사진이라는 호평도 있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순위를 보고 기자는 사실 안심했었다. 화가 및 조각가, 사진작가 및 사진사가 1, 2위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자들은 창의성이나 감성을 요하는 예술 직무는 AI와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2022년 오픈AI사의 챗GPT가 쏘아 올린 AI 기술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신경망에서 신경을 구성하듯 AI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기술을 통해 생성을 넘어서 창조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 AI 사진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손이나 관절 부분은 아직 AI가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와 움직임을 갖고 있다. 그래서 AI가 적합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최근 튀르키예 지진 당시 후원금을 요청하는 트위터 계정들이 가짜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다. 사진 속 건물 잔해를 배경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소방관의 손가락이 6개라 들통이 났다. 그러나 현재의 AI 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걸 생각하면 이 문제도 곧 해결될 것이다.
배우들의 인터뷰 사진도 변화할 것이다. 지금은 스크린 속 히어로 분장을 하고 하늘을 날던 배우도 인터뷰 사진에서는 평범한 옷을 입고 카페에서 앉아 포즈를 취한다. 그러나 미래엔 AI가 배우의 얼굴만 가져와 영화 속 인물로 재생성한 사진이 기사와 함께 인터넷에 올라올 것이다.
보도 사진에서는 모자이크가 사라지고 가상의 얼굴로 대체될 것이다. 최근 한국 보도 사진에선 추위에 몸을 움츠린 직장인이나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들의 얼굴이 초상권을 얻지 못해 전부 모자이크로 처리돼 보도되곤 한다.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 보도 사진에 수정이 가해지고 있는 ‘웃픈’(?) 현실이다. 이 문제도 AI 기술이 발달하면 모자이크 대신 전부 가상의 얼굴로 대체될 것이다. 또 과거와 달리 사진기자들의 취재가 제한되고 있는 법원 내 재판정 모습들이 AI가 생성한 ‘재현 이미지’로 보도돼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혹자는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AI의 손을 거친 사진은 가짜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한 이도 본인 사진을 올릴 때 눈 크기를 키우거나 턱선을 갸름하게 다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이미 인터넷에 올리는 우리의 모습들은 진짜가 아니다. 사진기자는 지금 진화하는 AI를 배척할 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 지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미리 고민해야 할 때다. 과거 사진기자 채용에 포토샵 가능자를 우대했다면 미래엔 AI 프로그램을 다루는 미드저니 가능자를 찾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