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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어린이집 줄폐업… 해고 보육교사들 “알바로 생계”

입력 | 2023-03-15 03:00:00

어린이집 4년새 8200곳 문닫아
보육교사들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어
“직종 바꾸려 자격증 시험 준비”
가정어린이집 특히 심해… 대책 시급




“당장 생활비 마련할 방법이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어요.”

광주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전모 씨(55)는 지난달 5년 넘게 일하던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 씨는 “20년 가까이 보육교사로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니 앞이 깜깜했다”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일자리를 잃는 보육교사도 증가하고 있다. 다른 어린이집으로 이직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보니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여서 보육교사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미래 없어” 어린이집 떠나는 보육교사들

경기 구리시에서 보육교사로 15년 가까이 일했던 이모 씨(39)는 최근 3년간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해고된 뒤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이 씨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했다”며 “해고 위험이 작은 직업을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10년 넘게 보육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지혜 씨(38)는 올 초부터 휴일마다 웹디자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린이집을 떠나는 걸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살길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디자인 업종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게 되면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매년 원생 수가 줄어 보육교사 인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원생 수가 지난해 19명에서 올해는 13명으로 줄면서 3개 반을 없애고 보육교사 3명을 내보냈다”며 “3개월째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내 월급도 못 가져가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 어린이집 4년 만에 20% 넘게 줄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수는 2018년 3만9171곳에서 지난해 3만923곳으로 4년 만에 8248곳(21.1%) 줄었다. 2001년부터 꾸준히 늘던 보육교사 수도 2018년부터 줄기 시작해 같은 기간 8700여 명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나 주택 밀집지역에 있는 가정어린이집 중에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거주지와 가깝다는 장점 덕분에 수요가 꾸준했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몇 명만 줄어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가정어린이집은 2018년 1만8651곳에서 지난해 1만2109곳으로 35.1%나 줄었다.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배창경 대표는 “교사당 아동 수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보육환경과 교사 처우를 개선하면 해고를 줄일 수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육교사를 양성해 온 만큼 줄 잇는 해고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어린이집 폐원 후 새 어린이집을 찾는 아동 지원에 집중해 왔다”며 “해고된 보육교사들이 전국 130여 곳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다른 어린이집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돕는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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