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고금리 고통 속에서 은행들이 나 홀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15일 은행의 성과급 체계 개선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직전 성과급 잔치가 논란이 된 만큼, 우리 금융당국도 강도 높은 개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이온페이·클로백 등 논의
이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작심 비판함에 따라 마련된 금융당국의 후속 조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등 대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최대 실적을 거두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인다는 점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및 주주환원정책과 관련된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할 방안은 없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세이온페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는 제도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든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은 경영진의 급여에 대해 심의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도 회사법을 통해 상장사들이 경영진 급여 지급 현황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간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은행 성과급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세이온페이 도입으로 이런 지적도 다수 수그러들 전망이다.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의 보수를 감시·견제한다는 차원에서다.
또 금융당국은 금융사 수익 변동 시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삭감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실제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는 재산정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1차 은행 TF 회의에서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세이온페이 도입 여부, 클로백 강화 등을 살펴보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정책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SVB, 파산 직전에 성과급 잔치 논란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금융보호혁신국 감독관들이 파산한 SVB를 압류하기 불과 몇 시간 전, SVB는 직원들에게 연간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너스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SVB 사원일 경우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에서 임원은 14만달러(1억8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파산 직전 SVB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지분까지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SVB파산 사태는 CEO인 그렉 베커의 무능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CNN은 전날 SVB 직원들 대부분이 CEO 베커 대해 손가락질하며 단단히 화가 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VB 직원들은 CEO의 잘못된 판단을 문제로 삼고 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성급한 공개 발언이 회사를 망하게 했다며 “완전 멍청한 짓(absolutely idiotc)”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은행 직원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SVB의 부실한 유동성 관리로 스타트업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SVB 임원과 직원들이 보너스 등으로 이익을 취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미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금융당국도 이날 회의에서 성과급 체계 개선 방안을 더욱 강도 높게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성과급 체계 개선 논의는 오후 늦게까지 진행될 예정”이라며 “전문가와 업권의 의견을 모두 듣고 정리해야 하므로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