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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축구화에 더 이상 캥거루 가죽 쓰지 않겠다”

입력 | 2023-03-15 14:08:00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축구화 등을 제작할 때 사용하던 캥거루 가죽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지, 호주 9뉴스 등에 따르면 나이키는 전날 성명을 통해 “올해부터 캥거루 가죽을 사용한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이키는 프리미엄 축구화 라인인 ‘티엠포’와 일부 제품 등에 천연 캥거루 가죽을 넣어 제작했다. 나이키는 앞으로 해당 제품들에 캥거루 가죽 대신 자체 개발한 특수 합성 가죽을 사용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까지 동물보호 단체들은 나이키를 포함해 스포츠 브랜드 등을 상대로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들은 캥거루를 사육하는 것 보다 야생 캥거루를 포획해 도살하는 방식으로 가죽을 확보하기 때문에 신발 제조사들이 그만큼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와 베르사체와 프라다 등 명품 업체들은 나이키보다 먼저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했다.

미국 코네티컷주는 캥거루로 만든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논의하고 있고 나이키 본사가 있는 오리건주는 2023년부터 ‘죽은 캥거루가 사용된 제품’에 대한 판매·상업적 교환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유럽연합(EU) 또한 호주가 생산하는 캥거루 고기와 가죽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이코노미의 웨인 파셀 대표는 “나이키의 이번 발표는 야생동물 보호에 있어 큰 변화”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호주 캥거루산업협회(KIAA)는 나이키의 이번 결정에 대해 “캥거루 보호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합성 소재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캥거루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재 호주에서는 상업적 목적의 야생 캥거루 사냥·포획이 합법이다. KIAA 측은 호주 내 캥거루 산업 규모는 2억 달러(2604억 원)에 이르며 3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KIAA 측은 “캥거루를 상업적으로 포획하지 못하게 하면 캥거루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 농경지는 물론 다른 동물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오히려 동물 복지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캥거루는 소나 양보다 탄소 배출이 3분의 1 수준이며 사육을 위한 물이나 방목지 등이 필요하지 않아 환경을 위해서는 소와 양의 대체제로 이용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