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스폰서 검사’ 의혹 관련 혐의로 체포돼 포토라인에 선 남성이, 당시 언론에 체포사실 및 이동동선을 알려준 전직 차장급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김모씨가 당시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였던 윤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2016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됐다.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일부를 횡령해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에게 제공했다고 말했고, 이에 일명 ‘스폰서 검사’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다음 달 강원도 원주시에서 체포돼 서울서부지법으로 호송됐는데, 법원으로 들어가는 중 수갑을 찬 손만 가린 채 맨 얼굴로 포토라인에 섰다.
이에 김씨는 자신이 공인이 아님에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언론에 수갑을 찬 모습이 공개되는 등 인격권과 초상권 침해를 당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김씨)가 체포된 직후 피고(윤씨)가 기자들에게 체포된 장소를 공표했으므로 피고는 이 공표행위만으로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원고의 명예권 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초상권 침해 결과에 대해는 피고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사에 대한 뇌물공여 범행도 공공의 중요한 관심사에 해당하고 원고가 스스로 기자에게 검사와의 유착관계를 제보해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며, “피고가 이 공표행위로 원고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김씨는 국가와 당시 검사 등 수사팀을 상대로 유사한 취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2심도 수사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국가가 김씨에게 정신적 손해 위자료로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신원 공개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신원 및 초상 공개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원고는 (포토라인에서) 사진·동영상 촬영으로 위법하게 초상권을 침해 당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6년 10월 김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