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운송사에 약 3000만 원을 번호판 보증금으로 줬지만 계약 해지 시기가 되니까 그런 돈은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뗍니다.”
“계약 해지를 한다며 (운송사가) 차량 번호판을 절단해 무려 100일이나 운행을 못 했어요.”
화물 운송 시장에서 ‘번호판 사용료’를 빌미로 금전을 추가 요구하는 게 일상화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2월부터 신고받은 화물차 지입제 피해 373건 중 일부다. 벌건 대낮에 금전 갈취와 영업 방해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화물차의 과잉 공급에 따른 운임 덤핑을 막기 위해 운송사업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운송사들은 운송사업권을 이미 확보했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화물 차주들을 상대로 ‘번호판 장사’로 대가만 챙기고 운송 업무는 외면해 왔다. ‘운송은 하지 않는 운송사’, ‘일하지 않고 돈만 버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들은 차주들에게 가야 할 수입 일부를 챙겼고, 이들이 움켜쥔 사업권은 차주들에 대한 갑질을 용인하는 무기가 됐다.
지입제 악용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화물차주가 처음 사업권(번호판)을 빌릴 때나 기존 차량을 다른 차량으로 바꾸려 할 때도 운송사들은 금전을 요구한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음성적으로 일어나 운송사의 탈세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국 산업현장을 연결하는 물류는 우리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고 중요하다. 인체로 비유하면 산업의 혈관 격인 물류가 지입제 폐단으로 생겨난 악성종양으로 병들고 꽉 막혀버린 것이다.
정부는 화물 운송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입제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어정쩡한 개선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화물 운송 시장을 정상화하고 불공정한 운송 관행을 뿌리 뽑는 것은 국가 경제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화물차주들은 노력한 만큼 정당한 처우를 보장받고, 운송사와 차주 간 상생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발표한 ‘화물 운송 산업 정상화 방안’의 최종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