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전공 봉사 현장학습’ 재개 요양원 방문해 어르신 단장 돕는 등 지역봉사 실현하는 대학문화 조성
14일 호남대 뷰티미용학과 학생들이 전남 화순의 노인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을 예쁘게 단장해 주고 있다. 호남대 제공
“내 생전에 이런 호사를 다 누려보네요.”
14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현대노인요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적막하기만 했던 요양원이 모처럼 북적북적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80, 90대 어르신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온 호남대 뷰티미용학과 학생들을 반갑게 맞았다. 학생들은 로비 1층 탁자에 화장 및 미용 도구를 펼쳐 놓고 어르신들이 장수 사진을 찍도록 머리를 손질하고 예쁘게 단장해 드렸다. 김갑순 할머니(92)는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외로웠는데 손자 손녀 같은 학생들이 와서 주름진 얼굴에 화장을 해주고 까치집 같은 머리를 손질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학생들의 손을 잡았다.
이날 봉사활동은 호남대가 3년 만에 재개한 ‘전공 봉사 현장학습(FT·Field Trip)’이다. FT는 신입생이 선배와 함께 학과별로 특화된 전공 분야를 체험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봉사의 기쁨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호남대가 새 학기를 맞아 전공을 살려 지역사회 곳곳에 재능기부를 하는 FT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호남대가 2017년 도입한 FT는 대학이 주도하는 교육프로그램에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가미된 형태다. 그간 학생회가 주축이 돼 진행하는 MT(Membership training)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FT는 정규 교육의 하나인 만큼 학생들의 출석이 의무화되고 FT 비용도 학교에서 실습비 형태로 일부 지원한다. 따라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주 폭력 등 불미스러운 사고로 얼룩져온 대학 MT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과 가운데 전기공학과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전기공학과 학생들은 8일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홀몸노인 주택 5가구의 노후 전기시설을 교체해줬다. 컴퓨터공학과는 10일 광주 남구 봉선동 상록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과 돌봄학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와 엔트리, 파이썬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했다. 정보통신공학과 학생들은 13일 화순군 백아면 옥리 마을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활용법과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안내했다.
28일에는 4개 학과가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선다. 외식조리학과는 지역의 신선 식재료로 만든 10여 가지 메뉴의 건강음식 200인분을 소외계층 주민에게 전달한다. 식품영양학과도 학생들이 만든 아몬드쿠키와 고구마 건강 케이크 등을 어르신 보호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응급구조학과는 광주 새날학교 학생들과 효덕실버타운 요양보호사들에게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교육을 한다. 언어치료학과는 어르신 쉼터를 찾아 청력검사를 한다.
박상철 호남대 총장은 “전공 봉사 현장학습이 건전한 대학문화를 조성하고 재능나눔과 지역봉사를 실현하는 최고의 장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