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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 한다던 헬기, 자재운반중 추락 2명 사망

입력 | 2023-03-16 03:00:00

영월서 송전탑 전선 걸려 사고난 듯
‘비행계획서와 달리 공사 투입’ 조사



15일 오전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 야산에 추락한 헬기의 기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헬기는 오전 7시 46분경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를 위해 자재를 운반하던 중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숨졌다. 목격자들 진술과 전선 피복이 벗겨진 점을 감안할 때 헬기가 전선에 걸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영월에서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된 민간 헬기 1대가 공사 자재를 나르던 중 전선에 걸려 추락해 2명이 숨졌다. 사고 헬기는 강원 지역 순찰 업무를 하겠다고 보고한 후에 실제로는 자재 운반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민간업체에 소속된 AS350 유로콥터 헬기가 이날 오전 7시 46분경 영월군 북면 공기리 마을회관 인근 야산 중턱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 A 씨(64)와 송전탑 공사 업체 직원 B 씨(51) 등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사고가 난 헬기는 1995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기종이다. 헬기는 송전탑 바로 아래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송전탑 바로 옆 전선의 피복이 벗겨진 점 등을 볼 때 헬기가 전선에 걸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점에서 100m 거리에 사는 주민 남순만 씨(68)는 “헬기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려서 나가 봤더니 헬기가 송전탑 옆으로 낮게 날고 있었다. 갑자기 회전하나 싶더니 꼬리가 송전선에 닿았고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고 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김포항공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헬기업체는 오전 6시 57분 비행신고시스템을 통해 ‘오전 8시∼오후 6시 강원도 춘천, 홍천 등에서 순찰 관리를 한다’는 비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송전탑 추락방지 설치 공사의 자재 운반에 투입됐다.

정비를 제대로 마치지 않은 채 운행에 투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고 헬기는 당초 산불 진화 및 계도 목적으로 강원도에 임차됐다가 9일 정비를 이유로 업무에서 제외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10∼17일에 정비가 필요해 회수하고 대신 다른 헬기를 투입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헬기업체 관계자는 “기장이 편의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비 일정이 잡힌 건 없었다”며 “사고 기종이 이번 자재 운반에 더 적합해 교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정확한 사고 원인, 정비 유무, 비행계획서가 실제와 다르게 기재된 이유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영월=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