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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전임비로 月1700만원 뜯기도

입력 | 2023-03-16 03:00:00

건설 현장 불법 사례 567건 분석




A 씨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년간 ‘노조 전임비’ 명목으로 건설사에서 6680만 원을 받았다. 현장에서 일하진 않았지만 인천, 부산 등 10개 현장에서 전임비를 요구해 받았다. 특히 8개 현장에서는 월 20만 원씩 ‘복지기금’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건설 현장에서 노사 협상을 전담한다며 현장 일을 하지 않고 받는 ‘노조 전임비’가 월평균 14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 1700만 원의 전임비를 뜯어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 현장 불법 행위 피해 사례 조사에서 신고된 1484개 현장 중 전임비 등 부당금품 수수 사례 567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1인당 전임비(누적)가 많게는 20개 현장에서 1억6400만 원(2018년 11월∼2022년 1월)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제외한 누적 전임비 총액 상위 9명은 통상 1년간 7000만∼8000만 원, 월평균 600만∼700만 원을 받았다. 여러 현장에서 중복해서 전임비를 받은 근로자는 36명으로 평균 2.5개 현장에서 월 260만 원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자는 조합 소속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회사와의 교섭 등을 전담하는 근로자로, 노동조합법에 따라 일하진 않지만 급여는 받는다. 전임비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연간 근로시간 면제한도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현장 대부분은 노조가 전임자를 지정하며 계좌번호와 전임비 금액만 통보하면 건설사는 전임자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노조 압박에 못 이겨 입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개 현장의 1개 업체를 대상으로 노조 10곳이 전임비를 받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는 “건설 관련 노조가 조합원 수나 활동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상 노조가 지정하는 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해만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 사용자연합회 사무국장은 “특정 건설 현장이 아닌 전체 건설노조를 위해 근무한 근로자에게 전임비를 지급한 것이 적법한 것인지 고용노동부에 질의했다”며 “본래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지도 않고 현장 소속 조합원의 처우개선 활동도 하지 않는 노조원에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일 안 하는 팀·반장 등 ‘가짜 근로자’에 이어 ‘가짜 노조 전임자’도 현장에서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