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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교류의 장’으로 진화한 학교… 돌봄에서 문화생활까지 제공

입력 | 2023-03-16 03:00:00

경기 화성 다원중 ‘다원이음터’
교육청은 부지, 市는 사업비 제공… 일과 중엔 학생 교육시설로 활용
수업 없는 시간대 예약제로 개방… 놀이 시설서 어린이 돌봄기능 제공
체육시설-동아리 공간 등 쓰임 다양



1월 19일 경기 화성시 다원이음터 2층 시립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위쪽 사진). 1층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인 놀이터가 마련돼 예약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원이음터는 다원중 학생과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홀, 대강당, 방송실, 소극장 등도 갖추고 있다. 화성=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진짜 소극장 같죠?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직접 연극을 제작해 가족, 친구들 앞에서 공연도 했어요.”

찬바람이 매섭던 1월 19일 경기 화성시 다원이음터 3층 소극장. 55석 규모의 극장은 대학로 소극장처럼 경사진 관객석에 각종 조명과 음향 기구를 갖췄다. 박현규 다원이음터센터장은 “소극장 입구에는 티켓 부스도 있다”며 “아이들이 문화생활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학교에 시설 지어 주민-학생 함께 사용
다원이음터는 화성시 산하 화성인재육성재단에서 운영하는 7개 이음터 중 하나다. 이음터는 학교시설복합화를 통해 건설한 화성시의 문화복합시설을 지칭한다. 학교 건물이나 땅에 생활체육시설, 문화시설, 도서관, 주차장 등을 마련하고, 이 시설들을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한다. 학교가 지역 공동체 중심 공간으로 쓰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018년 준공된 다원이음터는 총사업비 230억 원이 투입됐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원중 부지를 제공하고, 화성시에서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는 방식으로 완공됐다. 운영 권한과 소유권은 화성인재육성재단이 가진다.

다원중 학생들은 다원이음터 안에 있는 다목적 홀, 대강당, 방송실, 세미나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원중과 다원이음터는 2개 층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학교 일과 중인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다원이음터를 오간다. 박 센터장은 “다원중은 규모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은 과밀학교라 학교 건물 내 교실만으로는 수업을 하기가 어렵다. 이음터의 세미나실을 이용하면 쾌적하게 수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돌봄-문화시설로도 제 역할 톡톡
“놀이터에 오면 항상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요.”

다원이음터는 초등생 대상 돌봄 기능도 맡고 있다. 이현규(가명·8) 군은 이날 오후 다원이음터 1층에 있는 놀이시설인 ‘놀이터’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오락기를 하면서 은행에 간 어머니를 기다렸다. 놀이터에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노래방, 보드게임 등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예약하면 1시간 이용할 수 있어 잠시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주민들도 다원이음터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날 5층 다목적 홀에서는 10∼60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즐겼다. 학교 일과 시간 중에는 다목적 홀이 학생들의 체육 수업에 사용된다. 하지만 주말을 포함해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예약제를 통해 주민에게 개방된다.

민화, 식물 가꾸기, 봉사활동 등을 주제로 마을동아리도 운영된다. 문화예술 창작 극단 사업인 ‘다원 연극영화과’는 지난해까지 2기를 운영했다. 이들은 ‘달나라연속극’, ‘비컴 어 넌(Become a Nun)’ 등 작품을 올렸다. 작품들은 모두 단원들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다. 지난해 기준 다원이음터 프로그램 연간 이용 인원은 10만5000여 명에 달했다.

다원이음터 2층은 시립도서관으로 운영된다. 8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화 등 시청각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룸 두 곳도 갖췄다. 1층에는 어린이 열람실이 따로 있다.

다원이음터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운영 주체가 빨리 정해졌다는 점이 꼽힌다. 학교시설복합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화성시가 운영을 담당하기로 정리됐다. 박 센터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시설복합화를 통해 건립된 시설의 운영 주체를 학교가 맡느냐, 지역자치단체가 맡느냐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고 들었다”며 “화성시는 이음터 7개를 건립하는 동안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 없이 빨리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마을 신문, 책 출판 등 새로운 도전도”
도교육청은 파주 광탄도서관과 시흥 배곧너나들이센터도 우수 사례로 꼽았다. 파주시 첫 학교시설복합화 사례인 광탄도서관은 신서초 땅에 들어섰다. 인근 6개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 1800명과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광탄도서관은 카페, 주민 교류 시설, 메이커스페이스, 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지역 어린이, 청소년과 주민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시흥시인재양성재단이 운영하는 배곧너나들이센터는 시흥시 내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바리스타 진로교육, 마을 강사 양성과정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흥시 내 유치원과 연계해 단옷날 잔치, 전통의 날 체험행사 등도 진행된다. 배곧너나들이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주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사람들과의 교류가 제한돼 힘들었다”며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을신문 발간, 책 출판 등 새로운 도전을 하며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성=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