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늘자 전략적인 공략 실종 골프본질 살려야” 3년내 규칙 변경 “끔찍한 결정” 장타자들-업체 반발
브라이슨 디섐보
350야드(약 320m)가 넘는 장타를 날리는 선수를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는 15일 공동성명을 통해 프로 대회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 성능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비거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USGA와 R&A는 시속 127마일(약 204.4km) 스윙 속도로 골프공을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약 289.9m)를 넘지 않도록 3년 안에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프로 선수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골프공을 덜 날아가는 공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상급 장타자들의 비거리는 15야드(약 13.7m)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비거리 증가에 따른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타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클럽을 사용한 전략적인 코스 공략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골프장 코스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다음 달 6일부터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적인 13번홀(파5)은 35야드 늘어난 545야드가 됐다. 길어진 골프 코스만큼 경기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USGA와 R&A는 비거리를 줄이기 위해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를 46인치로 제한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USGA와 R&A는 8월까지 의견을 모을 계획인 가운데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전 세계 프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골프공인 타이틀리스트 제조사 아쿠쉬네트는 “앞으로 선수들은 1990년대에 사용했던 짧은 비거리 골프공을 사용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남자 골프 대표 장타자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더 멀리 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큰 핸디캡이다. (골프공 성능 제한은) 골프 경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PGA투어는 “이 사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하겠다”며 “투어, 선수 또는 팬들이 경기를 즐기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골프에 이익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