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그린벨트 해제-농지규제 풀어 “역대 최고 수준 규제 완화 속도전” 이르면 2026년말부터 단계적 착공 R&D-생산-유통 집적 단지 조성
정부가 경남 창원에 방위·원자력,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등 전국에 15개 국가산업단지를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미래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 ‘신(新)성장 거점’을 만들기 위한 취지다. 지방 신규 산단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농지 규제 완화 등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허가 신속 처리 등 각종 패키지 지원책이 적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첨단산업은 핵심 성장엔진이자 안보 전략자산”이라며 “정부는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키울 수 있게 토지 이용 규제를 풀고 국가 산단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 충청, 호남, 경남, 대구경북, 강원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국가산단 15곳을 조성한다. 후보지별 산단 사업 시행자를 선정하고 계획 수립 및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빠르면 현 정부 임기 내인 2026년 말부터 단계적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발표한 산단은 단순 제조·생산시설 거점이 아니라 연구개발(R&D)부터 인력 양성, 제조·생산, 유통 등 기능이 집적된 단지라는 점에서 기존 산단과 다르다. 인근의 다른 산단이나 대학과 연계해 산업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부지 개발뿐 아니라 산업 육성 전략을 병행하기 위해 후보지 선정 단계부터 산업별 주무 부처와 협의해 산단 조성을 추진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첨단산업일수록 초기부터 필요 인프라를 설계해 맞춤형 입지를 계획하고 앵커기업, R&D 등을 기존 기반과 연계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며 “기존 단지는 여유 부지가 소진되고 있어 (산단 지정을 통해) 기업의 적기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경기권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용인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정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공장 총량제가 적용되지만 이 지역은 ‘특별 예외’를 신청해 총량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특별 예외를 신청하면 국토부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를 거쳐 (특별 예외가) 결정된다.
지방에는 용인 후보지 5배 면적의 국가산단 후보지가 선정됐다. 우선 경남권은 방위·원자력 등 주력산업 육성 및 수출 촉진을 위해 창원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정했다. 1974년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뒤 입주 기업만 3000여 개로 모두 분양돼 신규 수요를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전국 방산업체의 20%가 창원에 몰려 있다. 대구경북권은 대구(미래차·로봇), 안동(바이오의약), 경주(소형모듈원전), 울진(원전 활용 수소)에 국가산단이 조성된다. 강원권의 경우 강릉에서 지역 청정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제약, 화장품) 특화산업을 키운다.
충청권은 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주력한다. 대전에는 나노·반도체 종합연구원 등을 조성하고, 충북 청주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분원 등이 들어선다. 충남 천안은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산업을, 홍성은 수소차·전기차 부품업체를 육성한다. 호남권에는 미래차, 우주산업 등 미래산업 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에서는 미래차 핵심 부품산업을 육성하고 전남 고흥에선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한다. 전북 익산과 완주는 각각 식품산업과 수소저장·활용 제조업에 집중한다.
지역에서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7조9000억 원의 직접투자와 15조2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직접고용 1만8000여 명, 5만2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기업 유치 기반이 될 국가산단 조성으로 전북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