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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태광 이호진, 김치·와인 거래 ‘관여’했다고 볼 여지 많아”

입력 | 2023-03-16 10:45:00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그룹 소속 회사들을 상대로 ‘특수관계인 지분 100%인 업체들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구매해 이익을 몰아주지 말라’고 금지한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및 태광그룹 소속 회사 19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는 2020년 10월16일 당시 태광그룹 소속이던 회사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특수관계인 회사에게서 김치와 와인을 비싸게 구매해 이익을 몰아주는 거래를 하지 말라고 명령(시정명령)했다.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들은 2014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거래액은 95억원 상당이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상당한 규모로 거래한 의혹도 있다. 거래액은 약 46억원이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경영기획실을 통해 김치와 와인을 태광그룹 소속 회사들이 구매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이 전 회장에게도 이 같은 거래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전 회장과 태광그룹 소속 회사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는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고법은 이 전회장이 김치와 와인 거래에 관여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이 전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만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김치를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와인 거래도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태광그룹 소속 회사들이 김치와 와인을 부당한 기준으로 거래했다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이 전 회장 부분을 파기환송 해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김치와 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회장은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했다. 김치 거래는 변칙적 부의 이전과 태광에 대한 지배력 강화,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에 기여했다. 이 전 회장이 티시스의 이익과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모르게 김치 거래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전 회장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이 사건 김치 거래의 경과 등을 보고해 자신들의 성과로 인정받으려 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와인 거래 역시 김치 거래와 방식·구조가 유사한데, 대법원은 김치 거래와 같은 이유로 이 전 회장이 와인 거래에 관여했을 여지가 많다고 봤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는지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을 통해 특수관계인의 ‘관여’의 의미 및 증명에 관한 법리가 처음 설시됐다”며 “이익제공행위에 관한 특수관계인의 평소 태도 등 간접사실에 의한 증명을 폭넓게 허용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이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은 혐의없음 처분하고, 김 전 실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김 전 실장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