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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내리고 수수료 없애고… 고금리에 은행이 나섰다

입력 | 2023-03-17 03:00:00

금융권, 서민과의 상생 노력
KB, 신용대출 금리 0.5%P 내려… 연간 1000억 원 가량 부담 경감
하나, 서민대출 최대 1%P 인하… 신한, 인터넷 이체 수수료 없애고
NH는 중도상환 수수료 전액 면제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일반 가계와 자영업, 중소기업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커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과도한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금융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다. 은행들은 여기에 더해 이체나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혜택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에너지 생활비 지원 등에도 나서는 ‘금융 상생’ 활동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높아진 이자 부담에, 잇따라 금리 낮추는 은행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KB국민은행이 이달 들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이자 부담 경감 효과가 기대되는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나선 일이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최대 0.5%포인트를 낮추기로 했는데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한연장 대출에도 낮아진 금리가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각기 0.3%포인트 하향 조정된다. KB국민은행은 이번 금리 인하로 올해 신규 고객은 약 340억 원, 기존 대출 고객은 약 720억 원의 이자 경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적용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했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적어 기존 은행권 대출이 어렵거나 고금리로 사금융을 이용 중인 대출자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은행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지원 상품이다. 하나은행은 2일부터 새희망홀씨대출에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새희망홀씨대출 신청 대상자 약 4만명이 이번 금리 인하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희망홀씨대출의 경우 신한은행도 지난달부터 신규 금리를 연 1%포인트 내린 바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들어 금융채 5년물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신규 구입자금 용도는 0.3%포인트, 생활안정자금 용도는 0.2%포인트 내리기도 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1일부터 본부 조정금리를 확대하면서 대출 금리를 낮췄다. 주택담보대출 신잔액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0.45%포인트 내리고 5년 변동금리도 0.2%포인트 인하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대출 금리가 최대 0.5%포인트까지 내려갔다.




각종 수수료 없애고 취약계층에 에너지 생활비 지원도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면서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은행권 비대면 이체 수수료 면제의 물꼬를 튼 것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1월부터 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 ‘신한 쏠(SOL)’과 인터넷 뱅킹에서 이체 수수료 전액을 영구 면제하기로 했다. 타행 이체와 자동이체 수수료가 모두 면제되는 것이다. 이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잇따라 수수료 면제에 나서면서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타행 이체 수수료 제로 시대가 왔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신한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오프라인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도 없앴다. 창구 수수료는 송금액에 따라 건당 600∼3000원 수준인데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 업무가 어려운 고령층에게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IBK기업은행 역시 이달부터 만 65세 이상 노령층,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모든 이용 수수료를 전부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창구에서의 타행 송금은 물론 자동화 기기, 카드 수수료 등을 모두 받지 않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부터 1년 동안 취약 대출자의 대출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중도상환 수수료 전액을 면제해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5등급 이하 대출자라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하나은행에서는 노사가 함께 300억 원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해 금융 취약계층 15만 명을 대상으로 에너지 생활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고금리 시기에 더 커지는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은행들의 기본 책무”라며 “개별 은행들의 노력과 더불어 은행권 전체적으로도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대환대출 상품을 확대하면서 고금리 부담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