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Aramco)와 향후 3년간 60억 달러 규모의 기본여신 약정(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윤희성 수출입은행 행장과 지야드 알마르셰드 사우디 아람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약정서에 서명했다.
기본여신 약정이란 해외 우량 발주처를 대상으로 금융지원 한도금액과 절차 등 조건을 사전에 확정한 뒤, 우리 기업의 수주나 합작 투자 등의 사안이 있을 경우 금융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은 우리 기업의 중동 지역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원유와 같은 필수 자원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람코와 약정을 맺었다. 현재 국내 수입 원유의 약 30%가 사우디아라비아산으로 이뤄져 있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가스를 독점 개발 중이다.
수출입은행의 이번 행보는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이어 올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며 조성된 ‘제2의 중동 붐’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아람코는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 및 가스 분야 투자 확대,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아람코의 신규 사업 발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양측이 기본여신약정을 체결한 만큼 향후 한국 기업들이 중동 현지에서 수주 작업을 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선(先)금융 후(後)발주’ 효과로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