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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손녀에게 휘발유 부은 시아버지…法 “만날 생각하지마”

입력 | 2023-03-16 15:19:00


며느리와 4살 손녀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한 6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이영숙)은 현주건조물 방화예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63)에게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3년간의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사전 승낙 없이는 피해자로부터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공포감과 정신적 충격을 줬다”면서도 “피고인은 배우자에게도 위험한 물건으로 폭력 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적이 있는데도 며느리와 손녀를 상대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인 며느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올 1월 28일 대구의 한 빌라에서 2L짜리 페트병에 든 휘발유 일부를 자기 몸에 붓고 며느리와 손녀에게도 남은 휘발유 일부를 뿌린 뒤 불을 지를 것처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당일 욕설하며 집안 집기 등을 내던졌고 이를 본 손녀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이에 며느리는 “아이 앞에서 욕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A 씨는 집 근처에 있던 휘발유를 가져와 일부를 자신에게 뿌리고, 자신을 보며 인사한 손녀와 이 모습을 보고 놀라 달려온 며느리에게 “같이 죽자”며 남은 휘발유를 뿌렸다.

평소 가정폭력을 일삼던 A 씨는 아내에게도 위험한 물건을 던진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장인 이영숙 부장판사는 선고 후 피고인 A 씨에게 “눈에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런 단계까지 가는 것은 마음의 상처가 정말로 심각하게 남아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정말로 큰마음으로 남편의 아버지이기에, 자녀의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용서한다고 한 것이다”며 “제가 생각하기에는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가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그렇기에 정말 잘못해서 (며느리를) 배려한다고 생각하면 아예 만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자의 남편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부장판사는 “아내의 상처가 아무것도 아니겠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중간에서 힘들더라도 피해자는 자신의 아내라는 점을 계속 명심해야 하며 아내에게 시아버님에 대한 부담을 주면 안 된다. 특별준수사항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