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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황제도피’ 당시 “측근들이 닭발, 공진단 공수”

입력 | 2023-03-16 17:09:00

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해외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측근들이 그를 위해 전기이발기, 전기밥솥, 닭발, 굴비, 공진단 등을 공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동아닷컴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 씨의 공소장엔 김 전 회장의 도피 행각이 상세하게 적시됐다.

박 씨는 쌍방울 그룹의 이사로 20년 동안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 역할을 해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 그룹은 2021년 11월 언론을 통해 ‘쌍방울그룹의 대선 후보자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지자 그룹 내 PC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서면서 김 전 회장 등의 해외 도피를 추진했다.

박 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2021년 5월 28일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를 캄보디아로 도피시켰다. 이후 그는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 임원들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추진하자 캄보디아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비서실 직원 A 씨에게 연락해 “(김성태) 회장님 동선을 극비로 하고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같은 달 방 부회장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박 씨는 김 전 회장이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7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할 동안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 씨는 은신처를 마련하고 김 전 회장을 만나러 오는 쌍방울그룹 임원과 김 전 회장의 가족 등의 항공권을 예매하거나 김 전 회장이 사용할 생활용품, 골프용품을 공수하기도 했다.

박 씨는 특히 한식 애호가인 김 전 회장을 위해 쌍방울그룹 비서실 직원들을 시켜 항공 수하물로 필요한 식재료를 보내도록 지시했다. 이에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7차례 걸쳐 김치와 젓갈, 고추장, 생닭, 닭발, 굴비, 들기름, 참기름, 과일, 건어물 등 음식·식자재와 전기밥솥·전기이발기 등 생활용품이 김 전 회장에게 전달됐다. 박 씨는 전달받은 음식과 식자재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김 전 회장에게 제공했다.

박 씨는 김 전 회장이 지난 1월 10일 체포되기 전까지 김 전 회장의 은신처를 구했다. 그는 전 태국한인회장 B 씨 등 현지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와 호텔, 빌라 등으로 은신처를 수시로 옮겼다.

그는 태국 현지에서 개통된 휴대전화 2~3대를 전달받아 김 전 회장과 나누어 사용했다. 핸드폰을 사용할 때도 위치 추적 등을 피하고자 은신처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를 켜서 사용하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 1월 10일 태국에서 김 전 회장이 체포되자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서류 뭉치가 담긴 가방을 들고 캄보디아로 건너가다가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7일 국내로 송환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