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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슬립테크 5년내 고도화… 아직은 우위 없어”

입력 | 2023-03-17 03:00:00

학계 권위자 쿠시다 교수 인터뷰
“수면의 질 정확한 진단-치료 중요”




“다양한 기기들을 통해 수면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생성될 텐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수면의학과 접목시킬지가 관건입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에서 만난 클리트 쿠시다 미국 스탠퍼드대 수면의학 교수(63·사진)는 슬립테크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수면학회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을 지낸 쿠시다 교수는 수면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개최한 ‘슬립테크 라이프 심포지엄’에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가 슬립테크 전용관을 마련할 정도로 수면 기술에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지만 아직 어느 기업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게 쿠시다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스탠퍼드대) 연구실에서 쓰는 수면 연구 장비들의 원산지가 매우 다양할 정도로 아직은 수준이 서로 비슷한 선상에 있다”며 “제품의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만큼 5년 이내에는 수면감지 기술이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슬립테크 기업들은 수면 질환뿐 아니라 큰 생태계 안에서 연구와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쿠시다 교수는 슬립테크가 삶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이나 각종 수면 관련 질환으로 잠들기 어렵다는 것. 그는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밤중에 깼다가 다시 잠드는 패턴이 생겨 수면 효율성이 저감됐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점진적으로 수면 패턴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의 도입 및 접목이 수면의 질 개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슬립테크’를 내걸고 생산된 모든 제품을 믿고 써도 될까. 그는 “기업이 수면의 총량과 깊이 등 제품의 효과를 어떤 식으로 검증했는지 데이터를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시다 교수는 수면 진단에 도움을 주는 기술에 주목한다. 그는 “‘밤에 두 번 정도 깼다’고 말한 환자가 실제로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으로 한 시간에 60~100번 깨는 경우도 있었다”며 “수면의 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관련 질환을 치료하면 환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기술은 아직 정밀하지 못하다는 것이 쿠시다 교수의 평가다. 그는 “아직은 슬립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가정용·개인용 제품이 수면의 총량이나 깊이를 정밀하게 진단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수면 문제가 있다’고 인지할 수준의 기술은 갖춰 개인이 병원에 방문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