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터넷을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만들어야 한다.”
마윈은 여러모로 특이한 사람입니다. 먼저 ‘짝퉁 천국’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중국사회에 ‘신용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관을 심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는 사업 초반 중국에서 신용이라는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이 문제가 중국 내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물건을 받고 나서 돈을 보내는 방식의 결제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는 알리바바의 성공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리페이가 나왔습니다.
이런 마윈이 중국의 금융 규제에 대해서는 줄곧 비판해왔습니다. 급기야 2020년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의 정치·경제 분야 최고위급 지도자들 앞에서 중국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대놓고 비판해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때부터 그가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라는 슬로건 아래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대대적인 세무조사로 알리바바에 과징금 3조4000억 원이 부과됐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윈의 알리바바 중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앤트그룹(앤트파이낸셜)의 증시 상장을 연기했습니다. 만약 상장이 이뤄졌다면 마윈은 단번에 세계 11위 부자에 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올해 1월, 앤트그룹은 마윈이 50% 이상 보유했던 의결권을 6.2%로 줄이는 지분 조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때까지 마윈은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법인을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해왔습니다. 그러나 의결권 행사 방식을 조정하면서 마윈의 경영권을 박탈한 것입니다. 2019년 마윈은 알리바바그룹의 회장직에서도 은퇴합니다.
매년 3월 셋째 수요일은 상공인의 날입니다. 비록 중국의 사례이기는 하나 최근까지 이어진 중국 당국과 마윈의 긴장 관계를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창조경영이 나올 수 있는 기업환경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