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여파 불확실성 커져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도 요구 코스피 주요 금융회사 주가 급락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글로벌 금융회사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기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이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15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위험 관리를 할 수 있게 건전성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금리, 환율 상승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은행권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우선 당국은 은행권의 자기자본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부터 추진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권의 보통주 자본 비율은 12.26%로 영국(15.65%), 유럽연합(14.74%), 미국(12.37%)에 비해 소폭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이르면 2분기(4∼6월) 중 은행들에 자본 추가 적립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당국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적정 자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별로 자본 적립을 차등적으로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유동성이 좋을 때는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고 신용이 경색될 때는 자본 적립 의무를 완화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도 적극 활용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은 주요 선진국 대비 자본 적정성이 미흡한 편”이라며 “금융권 전반으로 배당이 확대되는 분위기여서 향후 자본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1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로 전월 말(0.25%)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5월 0.32%를 기록한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6월 0.20%까지 내려갔으나 7개월 만에 0.11%포인트나 상승했다.
16일 국내 증시에서도 하나금융지주가 3.21% 급락했고 신한지주(―2.82%), KB금융(―1.94%), 우리금융지주(―1.35%) 등도 하락 폭이 컸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