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제3자 변제 거부… 직접 배상 추진 일부 피해자 유족은 정부안 수용 시민단체, 용산서 잇단 항의 집회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확정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가 제안한 ‘제3자 배상’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추심을 진행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일부 피해자 유족은 제3자 변제 수용 의사를 밝히는 등 피해자 측 입장이 갈리면서 당분간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4)와 고인이 된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6명은 전날(15일) 서울중앙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후 2021년 9월 법원으로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인 한국 내 법인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의 자산에 대한 압류와 추심명령이 내려졌다. 이번 소송은 이를 강제집행해 실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법조계에선 이번 소송이 또 다른 장기 법정다툼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심금 소송에서 피해자 측이 이길 경우 미쓰비시 측이 이의 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미쓰비시 측은 제3자 변제 방식 합의를 통해 미쓰비시의 배상책임이 소멸된 만큼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의 변제 의무 역시 없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며 “다시 법정 다툼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오전부터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인근에선 “정부의 ‘굴욕외교’를 규탄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 위안부 관련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 30여 명은 오전 11시부터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일본 1호 영업사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 반대한다” “졸속적 강제징용 해법안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